[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능력을 확대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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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의 SAF 전용 생산설비 전경./사진=SK에너지 제공 |
15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글로벌 SAF 수요는 2022년 24만 톤에서 2030년 1835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8년 만에 75배가 늘어나게 된다.
SAF는 폐식용유나 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다.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약 80%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2025년부터 모든 항공기에 들어가는 항공유에 SAF를 2% 이상 혼합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SAF 의무 혼합비율은 2030년에는 6%까지 늘어나게 된다. 일본도 2030년까지 10%를 SAF로 대체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 정부 역시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모든 항공편에 SAF 혼합 급유(1% 내외)를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SAF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에서도 SAF 생산에 나섰다. SK에너지는 국내 첫 SAF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다음 달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SK에너지는 SAF 생산라인에 기존 석유제품 생산 공정에 석유 원료와 함께 바이오 원료를 동시에 넣어 석유제품과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안정적인 바이오 원료까지 확보하면서 원료 수급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기존 정유 설비에서 코프로세싱 방식을 통해 SAF를 생산하고 있다. 2027년까지 SAF 전용 생산라인 구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OIL도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SFA 국제인증(ISCC CORSIA)을 획득하고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S-OIL 역시 안정적으로 SAF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도 SAF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는 2030년까지 약 6조 원을 투자해 SAF 전용 생산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SAF 사용 의무화가 확산되면서 전용 생산라인 구축은 필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SK에너지가 첫 포문을 열었기 때문에 다른 정유사들도 전용 라인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 내에서 SAF 생산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항공유는 정유업계의 주요 수출 품목인 만큼 SAF 역시 앞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항공유를 수출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봤을 때 SAF 사업에서 뒤처지게 되면 타사 대비 경쟁 우위 확보가 어려워지는 만큼 생산라인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SAF 판매 계약을 속속 맺으면서 대응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일본에 SAF를 수출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생산한 SAF를 일본 트레이딩 회사인 마루베니에 공급하게 되고, 이는 ANA항공(전일본공수)에서 사용한다.
S-OIL은 인천공항과 도쿄 하네다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SAF를 주 1회 공급하는 계획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S-OIL은 2025년 7월까지 주 1회, 대한항공 여객기 항공유의 1%를 SAF로 채우게 된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계가 SAF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차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을 선점해야 판매도 유리하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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