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오는 10월 10일이면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된다. 22대 총선과 관련된 범죄는 10월 10일 이후 추가 범죄 사실이 발견되더라도 기소할 수 없다.
경찰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의 기소 규모에 따라 여야 희비가 엇갈리고 여의도 국회 정치지형이 요동칠 전망이다.
관건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여야 현역 의원이 얼마나 될 것이냐다.
170석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문수·박균택·박용갑·신영대·양문석·이상식·이언주·이정헌·정동영 등 10~15명의 의원이 검·경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108석 국민의힘에서는 김형동·서일준·조지연 등 현역의원 5명 이상의 기소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회 과반(150석)을 훨씬 넘긴 의석 수를 자랑하는 민주당 입장에서 현역의원 15명 이상이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되면, 국회 장악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지키는 선이 100석인만큼 현역의원 5명 이상 실제로 기소될 경우, 집권여당으로서 야당에 내세울 '협상력'이 확연히 떨어질 전망이다.
|
|
|
▲ 2일 제22대 국회 개원식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고 있다. 2024.9.2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문제는 앞으로다. 현역의원 누가 되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또한 확정된 형의 경중에 따라 최소 5~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8월 7일 기준인 대검찰청의 '총선 선거사범 입건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348명이 입건됐다. 이 중 252명이 기소됐고 1399명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경의 수사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가 장기화됐을 뿐더러 고소·고발이 늘어나 수사기관 부담이 커진만큼, 수사가 진행 중인 1399명에 대해 검찰이 얼마나 더 기소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선거사건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되면서 선거사건 수사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송치받아 검사가 보완 수사하는 형태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입건된 2572명 중 1460명(57%)이 기소됐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입건된 3176명 중 1430명(45%), 21대 총선에서는 2874명 중 1154명(40%)이 각각 기소되는 등 기소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후인 4년 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공소시효 만료 한 달을 앞두고 경찰이 검찰에 선거사범 300여명의 사건을 무더기로 송치·송부해 '벼락치기 기소'가 이뤄졌을 정도다.
현재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기소 사실이 알려진 현역 의원은 민주당 정준호 의원뿐이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전화홍보를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10월 10일을 기점으로 현역의원들의 몸조심이 끝나고, 검찰의 기소 규모에 따라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국회 지형이 바뀔 전망이다. 어느 쪽에게 더 유리하고 불리할지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검찰의 기소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