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내부서 '2025년 시행' 대 '금투세 유예' 주장 맞서
'문자 폭탄'에 금투세 관련 입장 선회하는 의원 존재
[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토론회가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정대로 오는 2025년 금투세를 시행하자는 의견과 금투세의 시행을 유예하거나 아예 폐지까지 주장해야 한다는 의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토론회가 당내 금투세 정책 방향을 어떤 흐름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하지만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자 폭탄' 등이 이어져 정무적 판단을 택하는 의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결론이 뻔한 토론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당내에서 나온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열리는 당내 금투세 토론회는 금투세 찬성과 반대 견해를 보인 의원 2~3명씩 팀을 이뤄 진행된다. 토론회 전 과정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2022년 말 여야가 시행 시기를 오는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8월 29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진현우 기자

금투세는 5000만원 이상의 투자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 3억원 이상의 투자 소득을 올리는 경우에는 소득의 25%을 세금으로 걷자는 것이 골자다.

당내에서는 지금까지 금투세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금투세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대상 인구가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조세 정의 차원에서라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유예론자들은 가뜩이나 저평가된 우리 주식시장이 금투세 도입으로 인해 더욱 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시장 저평가)를 겪고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현 시기 금투세 논쟁의 시작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월 "시행 시기를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을 밝힌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후 당내에서는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점차 격렬해졌다. 당내 대표적 금투세 유예론자로 꼽히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유튜브 경제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엉망이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은 하고 통행세를 받아야 한다"며 금투세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투세 시행 강경론자인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의원은 비포장도로에 통행세를 걷으면 안 되고 깔끔하게 포장한 후에 걷자는 비유를 했다"며 "통행이 불편하다 해도 그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시간 단축 등 편익을 보았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이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 의원도 곧장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외시장은 통행세가 있지만 우리 시장보다 훨씬 투명하고 수익률 높은 '아스팔트 도로'"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도로가 '포장도 안 깔고 통행세 받겠다'고 하면 차량이 바로 옆 아우토반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고 우리 도로는 통행량이 줄어들어 한산한 비인기 도로가 될 것이고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재반박했다.

민주당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현재 분열된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을 당원 및 국민에게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여론에 민감한 것일수록 토론이 필요하다"며 "찬성하는 논리와 반대하는 논리를 모두 밝혀 '민주당이 고민을 많이 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드러내 정책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투세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이른바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일부 투자자들은 금투세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힌 의원에게 '오랜 기간 민주당 당원이었는데 지지를 철회한다.' '다음 총선 때 두고 보자'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블로그 및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찬성 입장을 가지고도 문자 폭탄에 시달려 입장을 철회하거나 유예론으로 선회하고 있는 의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투세 시행 유예 입장을 가진 한 민주당 관계자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무적 판단이 앞서다 보니깐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가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이 많아진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토론회 자체가 생중계되기 때문에 찬성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토론회를 생중계했다가 이게 또 의견이 일방적으로 쏠리면 정상적인 토론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를 오는 24일 예정대로 생중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는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오히려 생중계하므로 토론회에 참가하려는 의원들도 많다"며 "토론회와 관련한 사항은 오는 20일에 구체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