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18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기술이전 문제로 무산 위기에 처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이 25일 청와대의 검증대에 올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KF-X 사업 진행과정 전반을 확인한 후 정책적 결정에 허점이 있거나 비위 개입 소지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사 대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지않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3월 30일 KF-X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정된 이후 6개월 만에 이 사업은 중대 기로에 섰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방위사업청의 항공기사업부 등은 25일 오전 민정수석실의 자료 요청에 황급히 요청자료를 작성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고 장명진 방사청장도 이날 간부들을 소집해 앞으로 번질 파문과 대응책을 놓고 긴급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미국으로부터 AESA(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등 4가지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 등을 방사청에서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가 뒤늦게 조사에 나선 배경에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방사청은 전날 국방부 기자들에게 KF-X 사업 진행 경과를 설명하면서 진행되는 사항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방사청 제출 자료를 통해 2013년 차기전투기로 F-35A를 제안한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KF-X 개발기술 확보를 위한 절충교역 협상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록히드마틴은 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통합기술 등 4개 핵심기술이 미국 정책상 한국 이전이 어렵다며 제안 자체를 거부했다는 게 방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4개 기술 중 일부에 대한 승인을 기대하고 미측에 요구했다가 결국 퇴짜를 맞았고 이를 수개월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록히드마틴이 제안서를 낼 때 4개 기술 이전이 불가하다고 했음에도 방사청이 밀어붙인 것이 F-35A 구매와 연결 고리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F-35A와 근소한 경쟁을 펼쳤던 미국 보잉(F-15SE)과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은 이들 4개 기술과 체계통합 기술 이전에 합의했음에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또 KF-X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 산출도 각 기관마다 제각각인데도 이를 국가가 주도하지 않고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하겠다는 의사 결정을 한 과정도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KF-X 사업은 지난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KDI는 개발비에 10조3000억∼10조9000억원이 소요되며 대당 양산 단가는 704억원에 달한다는 추산과 함께 개발비용 대비 산업 및 기술 파급 효과가 미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2009년 방사청이 건국대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건국대는 KF-X 개발비를 5조600억원으로, 대당 양산 단가를 502억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더욱이 국내 연구로 KF-X를 개발하면 F-18급 이상 전투기를 직구매할 때보다 2조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30년(연평균 200시간 기준)을 사용할 경우 유지비 측면에서 9조원 가량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적으로 방사청은 KF-X 사업은 개발비(8조8000억원)와 양산비용(9조6000억원·추정)을 합해 18조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군과 방산업계는 18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다 11월 중으로 미국에서 기술 이전 승인이 날 것이라고 방사청이 장담한 것도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F-35A 구매 대가로 21개 기술을 요구한 것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들 기술을 받지 못하면 KF-X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방사청의 설명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오늘 KF-X 현황 자료와 절충교역 협상 자료 등을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사업관리본부장과 항공기사업부장, 차기전투기사업 및 KF-X 절충교역 관련 전·현직 담당자들도 청와대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