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외국인 감독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던 한 스포츠 에이전트가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을 폭로했다.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데 대해서는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자신을 JP스포츠그룹 창립자이자 대표라고 소개한 전 피에트로 씨는 19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에게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관한 진실을 바칩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전 대표는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겪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 에이전트의 폭로가 나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는 "르나르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에 지원한 후) 한국 축구협회의 응답을 마지막 순간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협회의 무례한 처리 방식에 깊은 충격을 받으며, 결국 제가 르나르 감독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면서 "(르나르) 감독에 대한 허위 사실이 언론을 통해 퍼졌으며, 르나르 감독은 급여와 생활 조건을 포함한 모든 조건을 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이를 무시했다"고 적었다.

전 대표는 "마치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었던 것처럼, 홍명보 감독이 공정한 기회를 받기도 전에 선임된 것처럼 보였다"며 "이 결정에 관한 협회의 행정 절차에서의 투명성 부족은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주장했다.

르나르 감독은 아프리카 여러 대표팀을 지휘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을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한국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 작업 과정에서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르나르 감독은 축구협회의 조건 제시를 다 받아들이기로 했는데도 면담 절차도 없이 다른 감독(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것은 이미 정해진 각본이 있었던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전 대표는 "너무나 명백하게 탁월한 후보의 프로필들을 검토나 회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라며 스페인을 유로 2024 정상에 올려놓은 루이스 드 라 푸엔테 감독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라 푸엔테의 에이전트들과 같은 영향력 있는 유럽 인사들과의 회의를 실시간으로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임생 디렉터(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에게서는 공식 리스트 요청 후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의 전문성이나 홍명보라는 감독의 성과가 제가 제안한 감독들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점은 확실한데도 어떠한 답이나 위임장 요청 역시 듣지 못했다"면서 "이상하게도 유로 우승 국가대표 감독이 약 9억원의 급여를 받는 반면, 홍명보 감독은 더 높은 금액을 받게 되었다"는 주장도 했다.

전 대표는 "감독 선임 결정은 명백히 사전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협회에서 저에게 후보자 명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후 제출하였음에도 관련된 감독이나 에이전트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이상한 행정은 대한축구협회 내에 더 깊은 문제가 존재함을 드러낸다"는 지적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고, 9월 A매치(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을 지휘했다. 한국은 3차 예선 1차전에서 약체 팔레스타인과 홈경기를 치러 0-0으로 비겼고, 2차전 오만과 원정경기는 3-1로 이겨 1승 1무를 기록했다.

이미 홍명보호가 공식 출범했지만 오는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의혹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