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퇴직연금 신규 유치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총 수신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6일 나이스신용평가에 신용등급 취소를 요청하고,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 사진=미디어펜


페퍼저축은행은 기존 BBB-(부정적)등급이었는데 건전성 악화로 투기등급인 BB등급 수준으로 하락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저축은행은 신용등급이 ‘BB’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퇴출된다.

페퍼저축은행 퇴직연금 고객은 해당 상품에 재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만기 도래 후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또 이달 들어 KB저축은행의 등급전망은 A(긍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으며 예가람저축은행도 등급전망이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강등됐다.

이에 시중은행 퇴직연금 상품 목록에서 신용등급 ‘BBB’ 이하 저축은행의 퇴직연금이 사라지고 있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지난 7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신용등급 BBB급 이하 저축은행의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적용 상품에 저축은행 예금 상품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은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할 순 없으나 은행·증권사가 판매하는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정기예·적금을 편입해 팔고 있다. 2018년 저축은행의 예·적금 상품에도 퇴직연금 운용범위가 허용된 이후 저축은행에 예치된 퇴직연금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취급 저축은행 32곳의 정기예금 잔액(90조1600억원) 가운데 퇴직연금 잔액은 30조5000억원으로 전체 33%에 달할 정도로 높다. 저축은행 업권 수신 자금의 90% 이상이 정기예금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취급 회사들은 전체 수신의 3분의 1을 퇴직연금에서 조달하는 셈이다.

저축은행 예금 포트폴리오에서 퇴직연금 상품의 비중이 큰 가운데 연말 만기 도래로 유동성 지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감원은 내달 초 저축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잔액과 만기, 취급액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개별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유동성 지표에 변화가 없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카드·캐피털사와 달리 채권 발행을 하지 않고 자금 조달 루트가 예적금으로 제한적인만큼 당장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는 없다”면서 “수신 이탈이 생길 경우 금리를 올려 자금 조달에 이상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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