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수도권지역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된 직장인 A씨. A씨는 모집공고일 당시 스트레스 DSR 1단계, 계약일 당시 DSR 2단계 규제에 놓여 있었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잔금일에는 DSR 3단계가 적용될 예정인데, 실제 잔금을 낼 경우 스트레스 DSR는 몇 단계가 적용될까.
A씨는 DSR 2단계가 적용된 이후 분양권을 계약한 만큼, 실 잔금일 당시 받게 될 대출규제는 DSR 2단계로 예상된다.
#2. 이번에 생애최초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마친 직장인 B씨. 지난 8월 초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계약금을 치른 그는 오는 10월 중순께 잔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렇다면 B씨에게 적용될 DSR는 몇 단계일까?
B씨는 1단계 DSR가 적용되던 8월 초께 이미 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잔금일에 받게 될 대출규제는 DSR 1단계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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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대출자들의 은행 대출한도가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 집 마련을 앞둔 대출자가 매달 지불할 원리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설정할 경우, 한도가 최대 9300만원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최대 대출한도를 파악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스트레스 DSR가 2단계로 강화되면서, 대출자들의 은행 대출한도가 약 10%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실수요자가 매달 지불할 원리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설정할 경우, 한도가 최대 9300만원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은 "DSR 규제 강화가 (가계부채 감소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강화된 규제가 고신용 실수요자를 2금융권 및 대부업 등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자가 이달부터 적용된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 금액은 직전 대비 약 10% 내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기가 길수록 대출액은 더 감소했다.
해당 분석은 △다른 대출이 없고 △수도권 거주 △연봉 1억원인 금융 소비자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 등의 조건을 기준으로 국내 16개 은행에 대입해 산출됐다.
이에 대출만기 30년을 기준으로 연봉 1억원의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대출액은 5억 7153만원으로 집계됐다. DSR 1단계를 적용했던 전달만 하더라도 6억 2754만원에 달해 약 8.9%(5601만원) 감소했다.
특히 대출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설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은 전달만 하더라도 6억 6212만원이었는데, 이달부터 2단계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5억 9338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약 10.4%(6874만원) 급감한 것이다.
아울러 주담대의 경우 원리금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기를 길게 잡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만기가 길수록 대출한도 감소폭도 더 컸다. 이는 주담대를 판매 중인 국내 16개 은행을 놓고 볼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났다.
대출만기를 30년으로 잡았을 때 스트레스 DSR 1·2단계 간 대출한도 차이가 가장 컸던 곳은 NH농협은행으로 6650만원 축소됐다. 이어 JB전북은행 6563만원, BNK부산은행·케이뱅크 각 6200만원, SC제일은행 6103만원, BNK경남은행 5894만원 순이었다.
만기를 40년으로 연장했을 경우에도 30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는데, 격차는 더욱 커졌다. 우선 농협은행이 9300만원을 기록해 한도차이가 30년에 이어 가장 컸다. 이어 전북은행 9120만원, 부산은행·케이뱅크 각 8500만원, SC제일은행 8311만원, 경남은행 7953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미 스트레스DSR 2단계 규제 도입으로 대출자들이 받을 수 있는 한도도 크게 줄어든 가운데,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달렸던 은행들도 자체 주담대 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국민·신한·우리 등 3사의 수도권 지역 주담대 만기는 최장 30년으로 조정됐고, 부산은행도 이달 중 기존 최장 40년의 주담대를 30년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가계부채 확대 최소화'를 사수해야 하는 금감원은 최근의 스트레스DSR 2단계 규제를 비롯 은행들의 자체 대출규제 강화에 대해 "가계대출 관리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말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4.10%, 대출액은 714조 1849억원(542만 6200건)으로 집계됐다. 연체액은 2조 1085억원(1만 8918건)에 그쳤다.
문제는 '가계부채 확대 최소화'라는 성과에 매몰돼 내 집 마련이 급한 고신용자를 2금융권 및 대부업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부동산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불리한 대출조건에도 불구 무리하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진 까닭이다.
집값 상승률이 대출이자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판단을 비롯 너도 나도 매수행렬에 나서는 '패닉바잉' 열풍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다.
스트레스DSR 규제는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로 추진 중이다. 지난달까지 적용한 1단계에서는 은행권 주담대에만 국한해 기본 스트레스금리(가산금리)의 25%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책정했다.
현재(2단계)는 은행의 경우 주담대와 신용대출 등을 합산하고, 2금융권의 경우 주담대만 반영하고 있다. 기본 가산금리의 50%를 적용해 대출한도를 산정하고 있다.
내년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3단계부터는 전 금융권을 통틀어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 등을 모두 합산해 대출한도를 정하며 가산금리의 100%를 적용하게 된다.
이에 실수요자가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경우 내년 6월 말까지 기본 가산금리의 50%를 반영해야 해 대출한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집 마련이 급한 실수요자가 신용대출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더 많은 대출한도를 받기 위해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울지역만 놓고 보면 금리인상기에 급락했던 주택가격이 회복하면서 지난달에는 아파트가격이 6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며 "당장 내 집 마련이 급한 실수요자들로선 한도가 많이 나오고 가격이 저렴한(저금리)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DSR 규제가 권역별로 차등 적용 중인데, 이미 신용대출 등이 있는 차주가 영끌로 주담대를 받으려면 2금융권을 알아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 의원은 "2단계 DSR 시행과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계획한 대출규모의 부족한 금액을 맞추기 위해 금리가 더 높은 2금융권과 대부업 대출로 연결되고 있어 더 심각한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가계부채 증가를 줄이는 데 가장 쉬운 방법이 대출규제이기는 하지만 실수요자를 더 심각한 가계부채로 내몰리게 할 수도 있다"며 "당국은 이들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제2금융권과 대부업권의 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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