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현안 이슈 선점 시도했지만 대통령실과 충돌에 발목
“선택과 집중 필요…모호한 리더십은 사퇴 압박 부를지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취임 두달을 맞이했다. 한 대표는 지난 두달간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서 대통령실과 마찰이 발생할 때마다 충돌을 회피하면서 마땅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62.8%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신임 당대표에 당선됐다. 한 대표는 러닝메이트를 구축해 친한계 의원들을 지도부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또 지명직 최고위원, 사무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 지명직 인선에도 측근을 등용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대통령실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내부로부터 축출됐던 이준석, 김기현 전 대표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한동훈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한 대표는 원외임에도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 전략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한 대표는 취임 직후 전당대회의 주요 공약이었던 제3자추천 채상병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선 수사 후 특검’으로 정해진 당론이 변경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한 대표는 의정갈등 중재자를 자처하며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실과 사전 상의 없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정부와 큰 틀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봤지만, 조금씩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한 대표는 지난 당대표들과 달리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 대표의 차별화 전략은 윤-한 갈등에 가로막혀 현재까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3자추천 특검법은 친윤계의 반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또 여야의정협의체도 목표했던 추석 연휴 전 출범이 무산됐다. 

이에 한 대표를 향해 당 장악력과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과 대립하는 지점마다 회피를 선택하고 있어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모호한 리더십 탓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당정이 모두 상처만 입은 채 골은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오는 24일 의료공백 문제를 담판 짓기 위해 ‘독대’를 요청한 것에도 쓴소리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모호한 리더십을 지속한다면 결국 퇴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지난 두달은 한 대표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좌고우면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오는 10월부터 직을 걸고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는다면 중재 능력이 부재한 당대표에게 퇴진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라며 “(한 대표가)언론 플레이와 여론전에 힘을 쓰는 대신 주요 현안마다 확실한 선택과 집중에 나서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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