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전력 등 열악한 환경에 가능성 낮아"
"공장 건설 여부에 대해 언급하긴 시기상조"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미국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전기를 비롯한 용수 등 여러가지 환경적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사진=삼성전자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삼성전자와 TSMC가 UAE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400조 원 투자 자산 규모를 보유한 대형 국부펀드인 무바달라가 나서며, 프로젝트의 총 비용은 1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도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1, 2위인 TSMC가 삼성전자가 UAE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투자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미 자국을 비롯해 미국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바달라 대변인은 "올해 초 UAE가 설립한 기술투자회사 MGX는 반도체 제조가 핵심 전략이며 전 세계 파트너들과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설 설립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투자 관련 사안이라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 1개 구축에는 최소 2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삼성전자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신규 팹을 추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1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약 64억 달러(약 8조8505억 원)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추가로 파운드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여기에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도 짓는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기존 170억 달러(약 23조4000억 원)에서 400억 달러(약 55조3000억 원)로 늘었다. 또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시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728만㎡)를 조성하고 있다. 2047년까지 360 조원을 투입해 팹(공장) 6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신규 공장이 들어설 환경적 여건도 어렵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는 풍부한 공업용수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인데, 이 여건이 마땅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은 일반적인 산업 공장과 달라서 단 1분만 멈춰도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며 "안정적인 용수·전력 공급이 문제인데, 이런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UAE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라는 점도 문제다. 미국 정부는 UAE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중국으로 수출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디리스킹(위험감소)'을 통해 핵심 산업·공급망의 탈중국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UAE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AI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산업인 반도체 공장 건설을 필수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시각도 나온다. UAE 정부는 1000억달러의 대규모 'AI 전용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관련 전문 기업을 신설해 전 세계 20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반도체 공장 건설에 걸림돌이 되는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UAE와 반도체 기업 간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며 "UAE와 여러 환경적 여건들로 인해 실제 공장 건립 성사 여부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또 인프라가 약한 나라 특성 상 실제 공장 건설 추진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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