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의 만찬 회동이 24일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지만, 의정갈등 등 가장 첨예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안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회동 결과는 사전에 예상되던 바다. 앞서 한동훈 당대표가 직접 요청했던 만찬 전 독대가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대통령실은 이날 이번 만찬 회동에 대해 "지난 7월 23일 전당대회 이후 새롭게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만찬"이라고 못 박았다.

회동 의제에 대해서도 윤대통령의 지난주 체코 순방 성과 공유, 추석 민심 및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 전달로 압축됐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오미자차로 다 같이 건배하며 만찬을 시작한 후, 윤대통령은 식사를 하면서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윤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요"라고 물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당 최고위원 전원에게 "상임위가 어디죠"라고 물으며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윤대통령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체코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한다"며 "2기에 24조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대통령은 "AI 반도체 등으로 전기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어 대안이 원전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이에 인요한 최고위원은 "지난 정부 때 망가진 원전 생태계가 회복 안 될 줄 알았다"며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있는 정부의 성과를 평가했다.

한 대표 또한 이날 만찬 자리에서 대화 중간중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했고, 윤대통령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날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만찬을 마친 후 윤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다 같이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사진 촬영을 가졌다.

다만 만찬이 끝난 직후, 한 대표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잡아달라"며 독대를 재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기애애하게 끝나가던 만찬장의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다.

복수의 만찬 참석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자신이 윤대통령과의 독대를 재요청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겠다는 의사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대표에게 즉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전날 독대 가능성에 대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는 답변을 반복해서 드린다"며 "독대라는 게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는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답변했다.

현재의 이러한 대통령실 입장을 감안해 한 대표가 재차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읽힌다.

당초 대통령실 안팎으로 한 대표의 만찬 전 독대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사전 협의가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져서 언론플레이한다는 비판이 여권 일각에서 불거졌을 정도다.

24일 만찬은 화기애애하게 잘 마무리됐지만 독대가 언제 이루어질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별도로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그 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