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팀의 캡틴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을 무시한 걸까. 팀의 레전드를 꼽으면서 손흥민을 쏙 빼놓았다.

토트넘 구단은 24일(이하 한국시간) 팬 포럼을 개최했다. 레비 회장과 안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주장 손흥민 등이 참석해 팬들과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다드' 보도에 따르면 포럼 현장에서 레비 회장은 토트넘의 레전드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받고 "정말 어려운 문제다. 우리 클럽에는 훌륭한 선수가 많이 있었다. 어느 한 선수를 고를 수 없다"고 하면서 "가레스 베일,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해리 케인 등이 있다"고 답했다.

   
▲ 손흥민(맨 왼쪽)이 토트넘 팬 포럼에 참석해 레비 회장(맨 오른쪽) 등과 함께 셀피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베일과 베르바토프, 케인은 모두 토트넘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고 레전드임에 분명하다.

케인은 토트넘 유스 출신으로 이른바 '성골'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435경기에서 280골 64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 역대 최다 득점 1위에 올라있다. 비록 토트넘에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해 뮌헨으로 떠났지만 토트넘 최고 스타로 손색이 없다.

베르바토프도 토트넘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 2006-2007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에 합류한 후 프리미어리그 정상의 스트라이커로 발돋움했다. 이적 첫 해부터 49경기에서 23골 15어시스트를 올렸고 2007-2008시즌에는 52경기에서 23골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2010-2011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베일도 토트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07~2013년 토트넘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2012-13시즌에는 44경기서 26골 10도움을 기록하며 PFA 올해의 선수와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가 2020-2021시즌 토트넘에서 한 시즌 임대로 뛰기도 했다.

이들 3명을 레비 회장이 팀 레전드로 꼽은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현재 토트넘의 '살아있는 전설' 손흥민을 언급하지 않았다.

레비 회장은 함께 포럼에 참석한 손흥민을 바로 곁에 두고 대놓고 무시한 것일까.

손흥민은 벌써 토트넘에서 10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8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토트넘을 떠받쳐온 손흥민이다. 2021-2022시즌에는 23골로 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보낸 세월이 고작 두 시즌만 뛴 베르바토프, 합쳐서 7시즌 몸담은 베일보다 훨씬 길다. 팀에 대한 애정도 그 누구보다 깊다.

레비 회장이 이런 손흥민을 일부러 팀 레전드에서 뺀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 질문의 취지가 현역 토트넘 선수를 제외한, 토트넘을 거쳐간 선수들 가운데 레전드를 꼽아달라는 것이었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손흥민을 레전드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 지난 22일 브렌트포드전에서 매디슨의 골을 어시스트한 후 함께 기뻐하는 손흥민. /사진=토트넘 홋스퍼 SNS


토트넘은 내년 여름까지 계약이 1년도 안 남은 손흥민과 재계약 추진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손흥민 팬들의 불만이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레비 회장이 팀 역대 레전드를 3명이나 꼽으면서 손흥민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해를 살 만하다.

토트넘의 이날 공식 홈페이지는 '손흥민이 우리 구단 역사상 프리미어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어시스를 했다'는 얘기를 메인으로 내걸었다. 손흥민은 지난 22일 브렌트포드와 리그 5라운드에서 2개의 도움을 올리며 토트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리그에서만 통산 64개의 도움을 올려 구단 역대 최다도움 2위로 올라섰다. 토트넘에서 손흥민보다 어시스트를 더 많이 한 선수는 1992년~2004년 토트넘에서 활약한 대런 앤더튼(67도움)뿐이다.

손흥민은 그런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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