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과 계엄선포권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낮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킴과 동시에 윤 대통령에게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씌워 정권 교체의 당위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운영위원회는 전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안을 상정해 법안소위로 회부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방적인 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공동 대표발의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안'은 대통령이 본인과 배우자 또는 4촌 이내 혈족·인척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경우,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와 관련되는 경우 재의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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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때도 해당 법안이 헌법 내용과 취지를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지,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비용이 소요되는지, 법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백한지,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했는지 등에 대한 여부를 반드시 소명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른바 '서울의봄 4법'이라 불리는 계엄권 제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민석·김병주·박선원·부승찬 의원은 지난 20일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계엄법 개정안은 전시가 아닐 경우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여기에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경우에도 72시간 이내 국회의 사후 동의를 얻도록 했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최근 채상병특검법 문제를 포함해 모두 '피의자 공동체'에 있기 때문에 권력 유지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고 있다"며 이른바 '서울의봄 4법'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이 건드리고 있는 재의요구권과 계엄 선포권은 대통령이 헌법에 따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으로 보장돼 있다. 재의요구권은 헌법 53조, 계엄선포권은 헌법 77조에 각각 명시되어 있다.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는 것은 현 정권이 독재 정권이란 이미지를 각인시켜 차기 정권을 탈환하고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는 윤석열 독재 정권의 산물이다'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독재자 이미지를 강화하면 이 대표가 연루된 사법리스크의 부당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며 "'정치적 희생양' 프레임을 만들기가 용이해지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민주당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