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은 26일 단일대오가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이날 쌍특검법(채상병·김건희 여사)과 지역화폐법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노란봉투법 등 6개 법안의 재표결을 부결시키며 표단속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 25만원지원법,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등이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상정되지 않았다.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한 거부권은 오는 30일 또는 다음달 4일 행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이전인 다음달 4일 또는 5일 본회의를 개최하고 재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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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방송4법·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금법' 재표결 부결을 알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앞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은 ‘독대’ 불발로 마찰음을 냈다. 특히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공개 비판이 쏟아지며 계파갈등이 고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한 대표가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경우 거부권에 ‘이탈표’를 유도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재표결에서 결과에 치명적인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아 윤 대통령의 거부권 정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치권에 따르면 10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표단속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한 대표가 부담 없이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상실하게 된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이번 단일대오가)전초전 성격으로 분석되기는 어렵다. 한 대표가 궁지에 몰린다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채상병 또는 김여사 특검법에 대한 반란표이기 때문이다”라면서 “(대통령과의)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또는 이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는 상황이 온다면 한 대표가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형식이 반란표일지, 채상병특검법 발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약 80건의 민생입법도 처리될 예정이다. 이날 처리될 민생법안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모성보호 3법(남녀고용평등법·고용보험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다만 민주당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인선을 두고 여야 간 합의를 파기해 본회의를 파행시켰다.
민주당은 여당 몫 인권위원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에 집단으로 반대 표를 행사해 이를 부결시켰다. 이에 여당은 야당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본회의는 15분간 정회됐다.
또 민주당은 재표결 부결에 항의하기 위해 본회의 보이콧에 나서기도 해 국회는 시급한 민생입법 처리를 앞에 두고도 정쟁으로 파행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