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하락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 중단과 대출 심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주택 관련 대출금리도 재차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상승 기대가 커져 가계대출이 증가할 것에 우려해 선제적으로 추가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취급 중단과 대출 심사 강화에 나서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의 대출모집인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모집인 대출을 막은 데 이어 대출 제한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거래 중인 대출 모집 법인의 9월과 10월 월별 대출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다음달 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이 사실상 중단됐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대출모집일을 통한 대출을 중단한다.

대출모집인은 대출 신청 상담과 신청서 접수‧전달 등 은행이 위탁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출 상담사와 대출 모집 법인을 뜻한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이들을 통해 나가는 대출을 막는 것인데, 최근 은행 영업점을 통한 대출보다 적극적인 마케팅 등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이 늘면서 은행 주담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가계대출을 물 샐 틈 없이 조이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대출금리도 추가로 인상한다. 신한은행은 생활안정자금 주담대를 새로 취급할 때 영업점이 아닌 본부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또 다음달 4일부터는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올리고,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보증기관에 따라 최대 0.45%p 인상한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와 연립‧다세대 주택‧오피스텔 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올린다. 전세대출 금리도 0.2%p 인상한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우대금리를 0.1~0.3%p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인상에 나선 바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허들을 재차 높이기 시작한 것은 앞으로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릴 것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 상승 기대를 강화시켜 가계대출 증가세가 촉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하락으로 집값 상승 폭이 더 커지고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지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p 높아진다. 특히 서울 지역 상승률은 0.83%p 더 높아져 전국 평균의 2배에 근접할 것으로 시산됐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경우 대출금리가 0.25%p 내리면 1년 뒤 가계대출 증가세는 0.15%p, 1%p 내리면 0.6%p씩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현 상황에서 금리하락은 주택매수 심리와 가격상승 기대를 키워 가계대출 증가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금융불균형 확대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등 조화로운 정책조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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