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과 조선왕조에 비하면 견딜만한 세상…현실은 스마트폰 밖에 있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현 세태, 헬조선 구호가 난무하는 2015년

헬조선1)이라는 신조어가 급기야는 일부 젊은이들의 뒤틀린 심사를 진짜 증후군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필자가 “지옥의 한국, 헬조선 현상은 나라가 살기 힘든 게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느낄 뿐”이라고 하자 온갖 악의적인 댓글이 달린다. ‘노오오오오력충’이라며 빈정거리는 이들에게서 핑계거리를 찾는 노력만큼은 가상하다.

원래 지상천국은 이루어질 수 없다. 누구나 다 행복할 수 있는 세계는 온라인게임에서나 가능하다. 자신의 모자란 부분에 집중하면 스스로 불행해진다는 진실을 모른 체 하면 안 된다. 노력 뿐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노력과 능력, 재능과 DNA, 타이밍과 운까지 맞아떨어져도 이를 담아내는 마음의 그릇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는 ‘헬조선’에 계속 머무를 것이다.

살다보면 알게 된다.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재능이 넘쳐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암울하게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천운이 따라도 이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하지만 그것도 원래 그런 게 세상의 이치다.

헬조선? 현실은 스마트폰 바깥에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현실은 스마트폰 바깥에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SNS에서 보이는 풍경이 다가 아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SNS 커뮤니티의 상당수는 자의식 과잉에 “나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코스프레로 포장된 공간이다. 이에 대하여 괜한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사람들은 본인의 수준을 입증하는 격이다.

   
▲ 젊은이들의 '헬조선' 증후근이 화제다. 하지만 나는 이만큼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사회가 이것밖에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 이 정도로 공부하고 준비했는데 내 자리가 없다며 툴툴대는 사람은 그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다. 현실은 매정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사진=jtbc 영상캡처

요즘같이 힘든 ‘헬조선’ 불경기에 자살률 높고 행복도는 낮으며 굶고 못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는데, 공항과 면세점은 미어터진다. 티맵 목적지 1위가 인천공항이다. 올 추석 이용객은 70만 명을 돌파해서 신기록을 또 경신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헬조선이라 다들 해외로 나가서 힐링을 하고 오나 보다. 덕분에 비행기 좌석과 괜찮은 호텔방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필자가 첫 해외여행을 갔던 1990년과 지금의 우리나라 세태는 많이 바뀌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모텔 할리데이인에서 묵어도 우리나라 고급호텔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유럽이나 일본 미국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가 못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해외 어느 나라를 돌아봐도 우리나라만큼 365일 24시간 거의 모든 서비스에 접근가능한 곳도 없다.

조선왕조, 지금의 북조선과 대한민국…어디가 헬조선일까

헬조선하면 떠오르는 진짜 장소는 따로 있다. 과거의 조선왕조와 지금의 북조선, 북한 말이다. 세계사에 유례없이 500년을 끌어온 단일왕조국가라며 칭송하지만 조선의 속내에는 기라성 같은 위인들의 빛뿐만 아니라 민초들의 그림자도 있었다.

조선 전기에 성씨를 가진 양반은 전체 백성 중 7%였다. 나머지 남녀노소는 모두 양민 아니면 노비였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경제성장률은 0%였다. 백성의 평균수명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조선 왕조차도 평균수명은 40대 중후반으로 수렴했다. 환갑을 넘긴 자는 장수의 표상이었다.

조선은 지구상에서 가장 못 살고, 거지가 많았으며, 부패한 관료 아전들의 횡포가 극심했던 봉건왕조였다. 중인이든 상인이든 백성들은 재산을 제대로 모을 수 없었다. 재산을 모을라치면 아전들이 이유도 모른 채 잡아가둬 놓고 주리를 틀며 “니 죄를 니가 알렸다”라고 곤장을 때렸다. 자유,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왕과 양반들은 공허한 성리학적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 소중화주의에 매몰돼 실사구시와 서양문물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세종대왕도 최고의 성군이라 불리지만, 노비를 전체 백성의 절반으로 확대했던 군주였다. 조선은 노비의 생산을 착취, 수탈하던 노예제사회였다.

   
▲ 지옥 같은 헬조선 한국을 떠나고 싶다면 떠나라. 다른 나라로 이민 간다 해도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당신의 자유이고 선택이다. 헬조선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꼭 한번 살아보라./사진=jtbc영상캡처

지금의 북한도 마찬가지다. 지난 67년 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고 있는 북한은 3대 수령세습체제다. 장마당시장경제가 지난 10년 사이 생겨났지만 군인, 관리들에게 뇌물상납해서 유지된다. 민간의 자유와 개인 인권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김정은 및 북한 노동당 지도부의 손바닥에 놓여 있다. 김정은의 눈 밖에 나면 즉결처분된다.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난민과 같은 비근한 예를 들지 않더라도 탈북자가 수만 명 쏟아지는 북한이야말로 ‘헬조선’이라는 말에 부합한다.

진짜 헬조선을 알려주마

진짜 헬조선을 알려주겠다. 북조선 북한도 아니고 과거의 조선왕조도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더더욱 아니다. 이 글을 읽고 분개하는 당신의 마음이 진짜 ‘헬조선’이다.

당신이 남들처럼 제네시스가 아니라 쏘나타 밖에 타지 못하여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보진 않는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편한 곳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스마트폰과 맥북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다. 현대문명의 정수인 스마트폰을 어루만지면서 각종 최신정보와 컨텐츠를 즐기는데 입만 열면 지옥처럼 불행한 일부 사람들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 때보다 사는 건 풍요롭지만 마음은 시리아 난민보다 더하다.

살다보면 별의별 일을 겪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견딜 만하다. 살만 하다.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더라도 지나고 나면 자신의 밑거름이 되곤 한다.

“인생은 초콜릿상자 같은 거야, 다음에 어떤 초콜릿을 집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다. ‘헬조선’이라는 말에 씩씩거리던 분들에게 추석 연휴 막바지, 영화 한편을 권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 헬조선은 지옥이라는 영어 단어 ‘헬(hell)’과 ‘조선’을 더해 만든 신조어로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다. 유사용어로는 불지옥반도, 개한민국, 탈조선이 있다. 종편의 한 예능프로그램은 헬조선 세태와 관련하여 “한국 학생들이 문․이과 인문․이공계열 어느 진로로 간다 하더라도 치킨집 자영업자, 과로사, 아사 등의 결론이 난다”고 풍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