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주춤에도 확실한 판단 어려워"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10월 인하와 11월 인하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금융안정 여건을 확인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11월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시장에선 10월 인하와 11월 인하 전망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금융안정 여건을 확인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11월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사진=한국은행 제공.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의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하는 ‘빅컷’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도 커진 상태다. 통화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는 오는 10월과 11월로 연내 두 차례를 남기고 있다.

연준이 이달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연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연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5.25~5.50%에서 4.75~5.0%로 0.50%p 인하했다. 시장에선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FOMC에서 금리를 0.25%p씩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도 이날 피봇(통화정책 전환)에 나섬과 동시에 연내 추가 인하방침을 예고했다. 연준은 이날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 연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올해 내 금리를 0.5%p 추가로 인하할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며 안정세를 찾은 데다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가 목표수준(2.0%)으로 수렴하며 금리인하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금리인하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의 결정적인 요인인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와 관련해 이달 들어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완전한 추세 전환인지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9월에는 추석 연휴로 은행 영업일수가 짧았던 것을 감안하면 좀 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섣불리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한은은 금리가 인하되면 주택 매수심리와 가격 상승 기대를 강화시켜 가계대출 증가세가 촉진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한은은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지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p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울 지역 상승률은 0.83%p 더 높아져 전국 평균의 2배에 근접할 것으로 시산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경우 대출금리가 0.25%p 내리면 1년 뒤 가계대출 증가세는 0.15%p, 1%p 내리면 0.6%p씩 각각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다 연준의 빅컷으로 금리인하 압박이 거세졌으나, 금융안정 여건에 대한 확실한 확인 없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기대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이 연준의 통화정책 동조화를 더 중시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과 관련해 “10월 금통위까지 그동안 한은이 강조해왔던 금융안정을 충분히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유영상 한투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안정 여건에 대한 충분한 확인 없이 미국의 빅컷에 뒤이어 곧바로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은 국내 여건보다도 연준과의 통화정책 동조화를 더 중시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여줄 여지가 있다”며 “10월보다는 11월이 유력할 것”이라고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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