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경기침체와 고금리,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서민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리에 나선 저축은행이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사를 찾은 이들이 특히 많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 사진=미디어펜


카드대출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으나 평균금리가 연 10%대로 높아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또 이용자 중에 중저신용자 또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국내 카드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카드대출 규모는 총 44조6650억원에 달했다. 건수로는 1170만9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장기카드대출인 카드론 규모는 38조7880억원(648만2000건),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가 5조8760억원(522만7000건)이었다.

연체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카드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로 집계됐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1.9%, 2022년 말 2.2%, 지난해 말 2.4%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카드대출 연체금액은 2021년 7180억원(20만건), 2022년 8600억원(24만9000건), 지난해 9830억원(26만5000건)에서 올해 8월 말 1조3720억원(31만2000건)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연체금액은 지난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 등 카드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큰 규모다.

카드사별 연체 규모는 신한카드가 362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KB국민카드 2360억원, 롯데카드 2100억원, 삼성카드 1660억원, 우리카드 14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또 카드사가 대출을 내어준 뒤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한 금액이 올 상반기에만 2조원을 넘겼다. 과거 카드사들이 한 해 동안 비용 처리한 대손상각비가 2조원대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해 규모가 2배 가량 커진 것이다. 연간 2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카드사 대손상각비는 지난해 들어 대출 부실이 늘면서 4조원 이상 급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대손상각비는 2조24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349억원)보다 22.1% 증가했다. 대손상각비는 카드사의 채권 중 연체 기간이 오래돼 회수할 수 없는 부실채권을 손실로 처리한 금액이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누적 대손상각비는 2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44억원) 대비 55.16% 늘었다. 롯데카드의 대손상각비도 3768억원으로 17.46% 증가했다. 신한카드도 4359억원으로 16.77% 늘었으며, KB국민카드 4184억원, 우리카드 2312억원으로 각각 15.19%, 11.53% 증가했다.

강민국 의원은 “금융당국은 카드대출 연체율 추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카드사들이 카드대출 자산에 대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되 서민 자금공급자 역할을 지속 수행토록 균형있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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