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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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지난 5월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했다. 사진은 전영현 부회장./사진=미디어펜 |
1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경쟁력 확보라는 특명을 받은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이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취임 초 부서 간 소통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며 "그만큼 군더더기는 빼고 실속있는 구성으로 채운 조직개편을 통해 의사소통 오류로 빚어지는 문제들을 축소시키고 효율성을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기업 내 많은 사업 부서와 태스크포스(TF)가 있으면 부서간 경쟁이 발생하며 소통의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 공정 과정인 설계, 디자인, 제조, 신뢰성 평가 등 각 부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생산성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곧 사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 부회장은 DS부문 조직 특성을 이 같이 진단하고 내부 결속력 강화를 위한 개편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최근 열린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메모리사업부 패키지개발 직무를 신설했다. 메모리사업부 패키지개발 직무 합격자는 지난 7월 신설된 HBM 개발팀 소속으로 근무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패키지개발 직무 합격자를 일선 사업부가 위치한 기흥과 화성으로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 내 HBM개발팀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HBM 세대별로 나뉘어진 첨단 패키징 역량을 하나의 팀으로 통합했다. HBM 개발 업무를 하나의 팀으로 꾸려 '유기적 연결'과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또 현재 선단공정 연구조직인 반도체연구소 인력을 일선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구 인력과 실제 판매하는 개발 조직 간 통합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즉 선단공정의 연구가 실제 사업부 제품으로 이어지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면서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전 부회장은 내부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 바꾸기에도 힘쓰고 있다.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최근에는 'DS인의 일하는 방식'을 제정하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0년간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었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앞으로 50년에 맞는 모습으로 새단장한다.
전 부회장은 지난 8월 취임 후 첫 공식 메시지에서 새로운 반도체 조직 문화인 'C.O.R.E. 워크'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문제 해결·조직 간 시너지를 위해 소통하고 △직급·직책과 무관한 치열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하며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하고 철저하게 실행하자는 의미를 지닌다.
다만 전 부회장의 공격적인 드라이브에도 한계가 있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종합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는 거대한 사업 조직과 인력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만큼 과감한 조직 개편을 통해 단기간 내 체질 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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