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미 기자] 1992년 시장에 나와 올해 32살이 된 빙그레 데표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메로나 출시 후 20년이 지난 201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서주 ‘메론바’와 법정공방이 벌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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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 메로나(위)와 서주 메론바(아래) /사진=각 사 공식 홈페이지 캡처 |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서주와의 공방에서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항소장을 제출하고, 대응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빙그레가 서주를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지난 6일 1심 패소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 간 갈등의 핵심은 포장지다. 메로나와 메론바 모두 연두색 바탕에 좌우로 멜론 사진을 배치하고 제품명에는 각진 네모 형태가 눈에 띄는 글씨체를 사용했다.
특히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료만 사용했다면 제품에 실제 과일 사진을 넣을 수 없도륵 규제하고 있다. 두 제품의 포장지에 들어간 실제 멜론 사진은 소비자로 하여금 메로나와 메론바 모두 비슷한 ‘메론맛 아이스크림’이라고 인식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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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과일을 소재로 한 제품에 있어 그 과일이 가지는 본연의 색상은 누구라도 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빙그레의 포장이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빙그레는 메로나 출시 이후 뒤늦게 나온 제품이 유사한 포장지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포장의 세부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형성된 종합적 이미지가 주지성이 있고, 빙그레의 성과”라는 설명이다.
빙그레는 “(메로나가) 제품명이 아닌 포장 자체로 식별력이 있고 개별적 요소를 결합한 종합적인 포장 이미지가 출처표시로 기능한다”며 “빙그레는 이러한 이미지를 쌓는데 상당히 많은 질적, 양적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실제로 제품 포장에 제품명이 기재돼 있어도 소비자에게 혼동을 초래한 경우가 수 없이 많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빙그레는 또 “이 포장의 종합적 이미지가 보호받지 못한다면 아이스크림 포장의 한정된 형태를 고려해 볼 때 보호될 수 있는 포장지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빙그레 메로나는 지난해 상반기 해외에서만 매출액 290억 원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표절 사례는 고질적이다. 이른바 미투(me too·모방) 제품이 원조보다 더 히트를 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는게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있다.
빙그레는 과거에도 표절 문제로 법정 다툼을 했다. 일부 중소업체들이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와 유사한 형태의 ‘바나나맛 젤리’를 출시해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걸었다. 2017년 당시 법원은 “바나나맛 우유 특유의 용기 모양 등을 유사하게 따라한 타사 제품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바나나맛 우유 용기 모양, 디자인이 바나나맛 젤리 제품의 외관뿐만 아니라 젤리 모양 자체도 전체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이 인정되므로 바나나맛 우유 용기가 가지는 구매력, 신용 등을 감소시켜 상품표지로서의 출처 표시 기능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메로나의 경우에는 빙그레가 1심에서 한번 패소한 만큼,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미투가 관행이라지만 메로나 사건에서 빙그레가 질 경우 선례로 남아 업계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킬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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