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대출금리 줄인상 속 총수신금리 낮아 금리차 급등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시장금리 하락세 속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줄인상하면서 예대금리차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자제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줄인상으로 대응했는데, 궁극적으로 예대금리차를 대폭 늘린 결과를 낳았다. 

최근 미국발 '빅컷(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 움직임에도 불구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예대금리차는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 시장금리 하락세 속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줄인상하면서 예대금리차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자제를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 줄인상으로 대응했는데, 궁극적으로 예대금리차를 대폭 늘린 결과를 낳았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8월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평균 정책서민금융 제외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예대금리차는 0.570%포인트(p)를 기록해 전달 0.434%p 대비 약 0.136%p 확대됐다. 

올해 예대금리차는 4월 0.764%p를 기점으로 5월 0.70%p부터 줄하향세를 보였고, 7월에는 0.434%p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4개월만인 8월 들어 금리차가 급반등했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반비례곡선을 그리는 까닭이다. 예금금리가 줄하락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8월부터 줄인상한 것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예·적금 등 저축성수신금리는 5월 평균 연 3.56%를 기록했는데, 6월 3.52%, 7월 연 3.43%에 이어 8월에는 3.37%까지 떨어졌다. 5월 대비 3개월새 약 0.19%p 하락한 셈이다. 반면 가계대출금리(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값은 5월 연 4.26%, 6월 4.03%, 7월 3.86%로 줄하락했다가 한 달 만에 3.94%로 급반등했다. 5월 평균값 대비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은행들이 가계대출 확대 방지책의 일환으로 7월 하순께부터 20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에 나선 까닭이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별 예대금리차 순위에도 영향을 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 1.09%p, 국민은행 0.71%p, 하나은행 0.58%p, 신한은행 0.24%p, 우리은행 0.23%p 순으로 집계됐다. 

정책자금을 취급하는 NH농협은행이 이번에도 부동의 1등 자리를 이어간 가운데, KB국민은행이 한 달 전보다 급등한 금리차를 보이며 2위에 올라섰다. 7월에는 하나은행이 0.53%p로 농협은행의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 측은 예대금리차 확대 배경에 대해 "농협은행은 정부정책자금을 취급하고, 이는 당행 수신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정부정책자금이 주로 1~3개월 초단기 정기예금으로 예치됨에 따라 저축성 수신금리가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측은 "대출금리는 시중은행 중 높지 않은 수준이나, 개인 고객수가 많은 영향으로 총 예금 중에서 결제성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총수신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점포수를 운영 중임에 따라 개인고객의 접근성과 거래 편의성이 높다"며 "개인고객 거래가 다른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많고 개인 결제성예금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확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8월 통계를 놓고 봐도 금리차 확대 현상은 두드러지는데, 비교 대상에 오른 5대 은행이 모두 7월보다 확대됐다. 농협·국민 등 두 은행 외에도 신한은행이 0.24%p를 기록해 전달보다 0.04%p 상승했고, 우리은행도 0.15%p에서 0.23%p로 0.08%p 확대됐다. 하나은행도 0.53%p에서 0.58%p로 0.05%p 늘었다.

은행들은 7월 말부터 20차례 이상에 걸쳐 대출금리를 거듭 인상했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은행들이 쉽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단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며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방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 이후 은행들은 대출금리 인상 대신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전세대출·집단대출 취급 중단 및 대출 심사 강화 등의 초강력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다시금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오는 4일부터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25%p 인상하고, 주담대 금리를 0.20%p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4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p 인상한다. 고정금리 상품은 0.10%p, 변동금리(6개월) 상품은 0.20%p 각각 오른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0.20%p 올렸고, 농협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대환상품 우대금리를 0.50%p 축소하고, 신규대출에서도 0.30%p 축소해 금리인상 효과를 낳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수신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예대금리차는 7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는데,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8월부터 반등한 것 같다"며 "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8월부터 본격 대출금리를 인상했던 만큼 추후 공표될 9월 예대금리차는 이보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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