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건설업계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공사비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요자-공급자 간 협의체 운영 및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방안 등이 거론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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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자재비·인건비·공공조달 공사비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포함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2일 발표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정부는 2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논의·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3년간 공사비가 30% 이상 급등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연 등 국민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건설시장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최근 3년간 연평균 8.5%였던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2% 내외로 최대한 안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사비 인상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자재비·인건비·공공조달 공사비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먼저 정부는 가격추이, 시장구조 등을 감안해 주요 자재·건설기계 분야를 우선 집중 점검해나가는 한편 시멘트 등 주요 자재가 수요자-공급자 간 자율협의를 통해 적정가격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을 추진한다.
아울러 시멘트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인해 민간에서 해외 시멘트 수입을 추진할 경우 관련 애로 해소를 지원하는 동시에 시멘트 품질 검증을 위해 KS인증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 신규 채취원 감소로 골재 공급여건이 지속 악화되고 있는 만큼 기존 환경규제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규제적용 방식 개선 등을 통해 바다·산림골재 공급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바다골재의 경우 채취량 한도(5년간 5%)를 실채취량 기준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산림골재는 토석채취제한지역이더라도 인근 채석단지와 인접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채석단지로 확장 지정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건설분야 인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숙련기능인 채용 시 우대 제도(시공능력평가 반영·전문건설업 등록기준 완화)도 도입한다. 현재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비숙련 외국인력 현장 간 이동사유도 외국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해나가기로 했다.
또 내국인들이 기피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공종에 한해 관련 비자 신설 등 숙련 외국인력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공공공사 품질확보와 적기시공을 위해 관급자재 조달체계도 개선한다. 국가시책사업의 경우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직접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구매 단계를 축소한다.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공공사에는 콘크리트 품질·적기 공급 가능성 등을 살펴 현장 레미콘 제조시설인 배치플랜트 설치를 적극 추진한다. 또 관급자재 관련 불공정행위 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공사용자재 직접 구매제도 보완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공공공사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공공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연내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협의체 운영, 공정거래법 저촉 여지…공사비 현실화 범위 제한적”
이번 안정화 방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제도 운영 및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우선 주요 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가 제강사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철근 가격을 분기 단위로 선결정했었는데 이에 대해 공정거래법령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한 담합이란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재를 공급받는 쪽은 가격 인상보다 인하를, 공급하는 쪽은 현행 유지나 인상을 원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협의회 운영 결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론적으로는 수요·공급측 간 최적생산·최적가격 설정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독과점·담합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 방안 또한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시멘트는 물성상 공기 같은 주변 환경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장기 보존·유통하는 제품이 아니다”라며 “수요물량과 공급처를 사전에 정해놓고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국산 시멘트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인력 수급 안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이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보수와 근로환경이 중요하다”며 “금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직업교육 등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려면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형틀목공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공종에 외국인이 들어가는 이유도 결국 금전적인 사안”이라며 “내국인 유입인력에 대한 지원을 늘릴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공조달 비효율 개선 과정에서 공공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용 대상이 공공공사로 제한적”이라며 “공공공사에서는 공사비 증액효과가 발생하지만 전체 건설공사로 본다면 그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 목표인 3대 공사비 안정은 기본적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것"이라며 "물가가 단순히 1개 부처 권한 집행에 달린 것이 아니기에 의도한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어 추후 발표된 계획의 실행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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