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새 일본 총리가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및 핵무기 공유를 주장하면서 정권 초기부터 이목을 끌고 있다. 당장 일본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만큼 실현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지만 한미일 협력 차원에서 추진되어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 27일자 미국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실린 ‘일본 외교정책의 미래’ 제목의 기고문에서 “서방 동맹국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의 오늘은 아시아의 내일이다. 러시아를 중국으로, 우크라이나를 대만으로 대체하면,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집단적 자위 시스템이 없다는 건 상호 방어의무가 없어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동맹으로 러시아 핵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되고 있다. 중국의 전략 핵무기가 더해지면 미국의 확장 억지력은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판 나토와 더불어 미국의 핵무기 공유 또는 역내 핵무기 도입을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미일 안보조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국이 일본을 방어하고, 일본은 미국에 기지 제공 의무를 지는 구조이므로 비대칭적이다. 양자 조약을 바꿀 때가 무르익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달 29일 후지TV에 출연해 주일미군의 법적 특권을 인정한 미일 지위협정 개정을 촉구, 주일미군 기지 관리에서 일본의 관여 및 미국에 자위대 훈련기지 설치 등을 제안했다.
당장 닛케이가 이시바 총리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며 “중국의 군비 증강 등을 근거로 한 발언이지만 현실성이 낮은 말을 지속할 때 미국의 신뢰를 잃을 리스크를 수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모두 자위권, 헌법에 관련된 문제이다. 이시바 총리는 정권 초기부터 스스로 난제를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실제로 이시바 총리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민당이 검토해온 ‘국가안전보장기본법’ 제정과 현재 전력 보유를 금지한 현행 평화헌법 개정을 제기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정부 때인 2014년 헌법 해석 변경을 각의 결정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한 바 있고, 2022년 말 ‘안보 3문서’ 개정 등을 통해 ‘반격 능력’으로 이름 붙인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여전히 평화헌법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시바 총리의 발언은 여기에서 한참 더 나아간 것이어서 과거 전쟁을 일으켰고 전세계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일본이 1967년 사토 내각 때부터 유지해온 ‘비핵 3원칙’(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깨는 것이어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시바 총리는 스스로 “국방이 평생의 업”(lifework)라고 말할 정도로 안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불릴 만큼 자민당에 쓴소리를 하고,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역사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왔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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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새롭게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0.2./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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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시바 총리의 주장이 당장 현실화되기 어렵고, 더구나 추진될 경우 한국에 새로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안보통’인 이시바 총리가 오랜 지론으로 삼아왔던 주장이어서 논의선상에 올리려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시바 내각에선 방위상 출신이 다수 입각했다.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전 방위상이 새 외무상이다. 또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은 방위상으로 재임명됐다. 이와야 외무상은 이시바 총리의 최측근이며, 나카타니 방위상은 자위대 출신으로서 이시바 총리의 주장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리의 주장은 일견 타당하고, 이상적인 반면,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사회에서도 논란이 많은 내용이며, 주변국들에게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안보통으로서 오랜 지론으로 삼고 있었던 만큼 논의선상에 올리려는 노력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 연구위원은 “특히 아시아판 나토는 사실상 동맹에 가까운 개념이다. 만약 이 집단안보체제가 추진될 경우 우리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과 미국의 새로운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중국·러시아·북한을 위협 대상으로 규정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국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당장 미국의 유수 언론 및 전문가들의 부정적 인식이 표명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바 총리가 이 주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릴 경우 한국은 현재 불안정한 국제정세를 감안해 일정 부분 함께 논의하고 협력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검토해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연구위원은 “이시바 총리의 주장은 우리가 장기적 관점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함께 발전적인 논의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그 과정에서 한국은 우리의 우려와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진전없이 안보 분야에서 급진적인 협력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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