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데 이어 영풍·MBK 측은 재차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면서 지분 확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영풍·MBK의 가격 인상으로 4일에 마감될 예정이었던 공개매수 기간 역시 10일이 더 늘어난 상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영풍·MBK 측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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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사진=고려아연, 연합뉴스 제공 |
5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 원으로 인상했다. 지난달 처음 공개매수를 발표할 당시 가격은 주당 66만 원이었는데 이를 주당 75만 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다시 한번 올린 것이다.
고려아연이 지난 2일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가격을 주당 83만 원으로 발표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강수를 던졌다.
또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최소 매수 수량도 삭제했다. 기존에는 최소 매수 수량 144만5036주(발행주식총수의 약 7%)와 최대 매수 수량 302만4881주(발행주식총수의 약 14.6%)를 설정해놨다. 공개매수 주식 수가 최소 매수 수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매수하지 않는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응모한 모든 주식을 구매하겠다는 방침이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 측은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4일 가격을 인상한 만큼 기간도 오는 14일까지로 연장됐다.
이와 함께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기존 2만5000원에서 3만 원으로 올렸다. 고려아연 측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을 주당 3만 원으로 제시하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격을 인상했다. 특히 유통주식 전체인 최대 684만 주(발행주식총수의 약 43.4%)를 매수할 계획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전 주당 75만 원도 충분한 프리미엄으로 인식됐으나 고려아연의 매수가격인 주당 83만원 과는 아무래도 가격 차이가 있는 바 가격을 맞춤으로써 기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했다”며 “1주가 들어오든, 300만 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서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말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가격을 올리면서 고려아연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고려아연도 마찬가지로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해 대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먼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영풍·MBK 측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가격을 인상과 동시에 매수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이 3만 원 중후반대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영풍·MBK 측이 유통주식 물량을 모두 사겠다고 발표한 만큼 고려아연 측도 기존보다 많은 물량을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가격 역시 인상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이 아직 자사주를 매입할 자금이 충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발표 당시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과 함께 약 3조1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는데 현재 확보한 자금은 약 4조2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1조 원 이상을 추가로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배인케피탈이 고려아연과 동맹체제를 구축한 만큼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댈 수 있어 인상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추가로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일부 차입금을 통해 인수하는 만큼 재무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들은 고려아연이 얼마나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지 보고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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