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오는 25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의료기관의 참여율 저조로 반쪽짜리로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간소화) 전송대행기관인 보험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건소 등을 제외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 대상인 의료기관 4235개 중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하기로 한 의료기관은 289개로 참여율이 약 6.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오는 25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의료기관의 참여율 저조로 반쪽짜리로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의료기관 4235개 중 상용EMR(전자의무기록) 사용병원 기관이 3885개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중 3778개 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탓이다. 자체 EMR 사용병원은 350개 중 182개로 참여율이 52%인 반면, 상용EMR 사용병원 참여기관 수는 107개로 참여율이 2.8%에 그치며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실손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등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돼왔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8월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서 최근 1년 이내 보험금 청구 경험이 있는 소비자 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보험 이용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37.5%(562명)는 병원 진료 후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도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포기 사유로는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소액이어서’가 80.1%(450명)로 가장 많았고, ‘귀찮거나 바빠서’ 35.9%(202명), ‘보장대상 여부가 모호해서’ 13.9%(78명) 등의 순이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보험 가입자의 실손보험 청구 비효율성을 지적한 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도가 계속됐으나 의료업계에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해 번번이 무산돼왔다.

이후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가결되며 오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14년 만에 힘겹게 국회 문턱을 넘겼으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아직까지도 시스템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 등으로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되면 진료내역 등을 보관하고 있는 EMR업체는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정비해야 해 비용이 추가로 든다. 보험업계에서 일부 부담하기로 하고 가격을 제시했으나 EMR업체에서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며 협상이 원활히 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도 EMR 업체 비용과 관련해서는 보험업계가 부담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중소병원, 의원, 약국 등 대다수의 요양기관의 경우 민간위탁업체를 통해 상용EMR
을 사용하고 있어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상용EMR 사용 의료기관의 참여율 제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상용EMR업체가 보험업법상 의무이행을 위한 의료기관의 청구 전산화 참여 요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등 SW공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는 않는지, 주요 대형EMR업체 간 이번 기회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청구 전산화 참여 여부‧시기 등에 대해 담합행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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