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신규 경매 신청 1만여 건…올해말까지 누적 12만 건 돌파 전망
응찰자는 줄고 서울 아파트 경매도 한산…"영끌족 물량 쌓이기만"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부동산 경매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거래는 줄어들면서 불황의 그림자가 번지고 있다. 주요 경매 지표인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도 100%이하가 대다수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 경매 입찰 법정./사진=연합뉴스


9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1만149건으로 지난해 8월 8833건보다 14.9% 증가했다. 이는 8월 물량 기준으로 2006년 1만820건 이후 1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 2021년 3분기부터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동시에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이전에 소위 '영끌'로 부동산을 매입했던 이들이 채무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들이 재정압박을 견디다 못해 소유한 부동산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연간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10만 건(10만1147건)을 갱신했는데, 이는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올해는 8월까지 누적 신청량이 8만2287건으로, 전년 동기간 5만5859건보다 25%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신규 신청 건수는 12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 침체기던 2013년(11만9166건)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12만4252건)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은 경매물량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경매 물건 증가는 아파트 물량 외에도 불황 여파로 상가 물량이 늘은 점,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경매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경매에 나서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법원 경매 응찰자 수는 평균 3.65명으로 작년 11월(3.4명) 이후 최저였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응찰자 수도 평균 6.62명으로 올해 들어 최저를 기록했다.

경매시장 주요 지표인 서울 아파트 경매 동향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지옥션 조사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사례 중 낙찰가율 100% 이상을 기록한 건수는 총 11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8월(8월 1일~8월 31일) 낙찰가율 100% 이상 거래 26건 대비 57.7% 줄어든 수준이다.

낙찰 건수도 쪼그라들었다. 9월 전체 낙찰 건수는 76건으로 8월 131건과 비교하면 약 42%(55건) 줄었다. 이에 전체 낙찰 사례 중 낙찰가율 100% 이상 비중도 9월은 14.5%로 8월 19.8%와 비교하면 5.3%포인트(p)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이 물량은 쌓이고 거래는 줄어드는 주된 이유를 최근 대출 규제에 따른 집값 상승세 둔화를 든다.

9월부터 본격화한 대출 규제로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미래가치를 보고 경매에 뛰어드는 경우도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통상 경매시장은 부동산 상승기에 거래량이 늘고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는 반면 하락기에는 동반 부진을 겪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매가 보편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아파트 등 부동산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며 "'영끌족'이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높아진 낙찰가율이 조정받지 않는다면 거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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