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민주당 의원, 환경부 내부문서 입수
학계·업계·언론 등 여론 조성 계획도 담겨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환경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 유상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완섭(왼쪽) 환경부 장관이 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캡처


8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내부문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소비자 선택과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일회용 컵의 근본적인 감량을 위해 일회용 컵 무상제공 금지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실비를 제외한 일회용 컵 판매수익은 텀블러 등 개인컵 사용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거나 일회용 컵 배출·회수 강화 등에 사용하도록 강제 또는 권고한다.

환경부는 무상제공 금지 대상과 유상판매 금액 수준 등 세부 시행안은 추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제도가 단순해 시행이 용이하면서도 감량 효과를 제고할 수 있으며, 환경정책 후퇴 비판도 상쇄 가능할 것으로 봤다. 또 비닐봉투 등 기존 무상제공 금지 시행 사례를 참고할 때 판매자 반발은 적고, 제도 초기 소비자의 반발은 예상되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환경부가 시범 도입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경우 제도 폐지보다 지자체 또는 민간 자율 판단에 따라 시행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이 경우 무상 제공 금지 적용을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세종과 제주에서 1년간 시범 운영 후 내년까지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환경부가 지난해 9월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 사업에는 정부 재정 230억 원, 민간 투자 비용 189억 원 등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문서에 학계와 업계, 환경단체 및 언론을 동원해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추진 계획이 담겼다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우군화 가능성이 확인된 그룹을 적극 활용해 대안 검토 과정을 객관화하고 여론 환기를 유도한다', '실질적인 선도지역 성과 분석 및 대안 마련은 우리부가 주도, 결과는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해 공개(10월 말 토론회 개최)' 등 내용이 담겼다.

또 당분간은 보증금제만으로는 일회용 컵 감량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효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장관 입장을 견지하도록 하고, 언론 간담회나 국회의원 면담 등에서 세계적으로 컵 보증금제 도입 국가가 전무하니 무상제공 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행위들을 거쳐 국회토론회 개최 등을 계기로 '무상제공 금지 보증금제 자율시행'을 공식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강득구 의원은 "한 마디로 국민을 속이려고 하는 기만적인 자료"라며 "마치 1980년대 보안사가 공작 정치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소상공인과 환경단체, 언론을 동원해 여론 조작함으로써 국민 눈을 가리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 출범 후 정책이 크게 후퇴한 점을 볼 때 환경부의 비상식적 일회용 컵 확대 폐기 추진이 용산의 지시나 압박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가 일회용 컵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냐는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선진 제도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경우에도 무상 제공 금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를 지금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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