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김건희 방탄' 위기감 커지자 韓에 손 내밀어
독대 계기로 수직→수평 당정관계 재정립 될 듯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독대를 결심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0.16 재보궐선거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독대가 성사된 배경으로는 김건희 리스크가 꼽힌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리스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다. 이에 윤-한 갈등의 주도권이 한 대표에게 기울며 당정관계도 재정립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만남이 결정된 것은 한 대표가 지난달 정진석 비서실장에게 독대를 재요청한지 보름 만이다. 그간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도 이를 외면하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대표를 제외하고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가지는 등 의도적으로 한 대표를 ‘패싱’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실이 입장 변화에 나선 것은 김건희 리스크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읽힌다. 최근 야권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치르고 있다.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총선개입, 대통령실 관저 불법 증축, 석·박사 논문 표절 등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을 종합적으로 질타하겠다는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4.9.19/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상설특검 규칙개정안’까지 추진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건희 방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한 대표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김건희 종합특검법 재표결에서 김건희 방탄에는 균열이 발생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표 단속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날 여당에서 김 여사 특검법에 첫 이탈표가 발생한 것은 물론, 윤 대통령 거부권의 허들 절반까지 붕괴됐다.

문제는 당정관계까지 악화일로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는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녹취록’을 근거로 대통령실을 향한 경고성 발언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표는 김씨를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나아가 그를 ‘협잡꾼’이라고 평가하며 배후까지 찾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 대표는 김 여사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에도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부산 금정구 재보궐선거 현장과 10일 인천 강화군 재보궐선거 현장에서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윤-한 갈등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한 독대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 “김건희 리스크가 커지고, 명태균씨에 대한 의혹도 확산되고 있다. 김대남씨 녹취록으로 당정관계가 흔들리고 있고, 이탈표도 발생하는 상황에서 야권의 김건희 여사 때리기는 강해지고 있으니 대통령실이 독대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작심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은 윤 대통령과 독대 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 리스크를 방치할수록 불리한 것은 한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이에 두 사람의 만남 후 당정관계의 주도권은 윤 대통령에서 한 대표에게 기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독대를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김건희 리스크에 해법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통령실은 한 대표를 지속적으로 외면해왔는데, 이제는 한 대표를 여당대표로서 인정하고 손을 먼저 내밀었다고 봐야 한다. (향후)당정관계가 수평적이고 서로가 손을 맞잡는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