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 발언 두고 여야 간 논쟁
환노위원장 퇴정 요청에 "왜 그래야 하나"…결국 표결행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제시대 국적 발언 논란으로 국정감사장 퇴정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결국 표결을 거쳐 강제 퇴정됐다.

   
▲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이 10월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역사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설전에 정회가 되자 국감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장관은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원활한 감사를 위해 퇴정해 달라'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요구에 "제가 왜 퇴장해야 하냐. 이유를 밝혀 달라"며 거부했다. 하지만 이어진 국정감사 증인으로서의 김 장관 출석 요구 철회 표결에서 재적 10명 중 찬성 10명으로 결국 퇴정됐다. 여당 의원들은 김 장관의 퇴정을 결정하는 표결에 반기를 들며 참석하지 않았다.

환노위는 이날 오전 10시 고용부 국감을 개의했으나, 증인 선서 직후부터 김 장관의 일제시대 국적 발언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며 시작 40여 분 만에 정회했다. 이어 오후 3시에 감사를 재개했지만, 4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중단됐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8월 26일 인사청문회에서 "일제시대 때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한국) 국적이 있느냐"면서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 장관이 퇴정당하며 인사청문회는 파행됐다.

이날 열린 국감에서 김 장관은 "저도 일제시대 일본의 지배를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우리 민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피해를 남긴 데 대해 우려하는 심정"이라면서도 "다만 일제시대 역사 기록과 당시 우리나라와 맺은 조약, 일본 법률, 조선총독부 재령 어느 곳에서도 대한민국의 국적이라고 하는 부분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저한테 민족정신이 없는 게 아니라 일제시대 당시 국적이 뭐냐고 질문했을 때 사실상 여권이나 여러 부분에 일본으로 돼 있다는 당시 역사적 기록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퇴정을 요청했고, 여당은 이를 반대하면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정회됐다. 

이후 재개된 회의에서 김 장관은 '일제하 선조들을 일본 국민으로 표현했던 것은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되냐'는 안호영 환노위원장의 질문에 "그것은 다른 문제"라며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한일 조약의 체결에 의해서 무효가 된 것이지, 당시 한국 국적이었다면 손기정 선수가 1936년 올림픽에 나갈 때 일장기를 달면 안 되지 않냐"고 답했다.

또 "당시 국적이 뭐냐 물었는데, 국가를 일본이 강탈한 상태에서 일본 국적을 부여한 것이라 일본 국적이고 우리 민족은 조선 민족이기 때문에 항일운동을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문수 장관은 한일기본조약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며 "당시 한국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간과하는 그런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는 역사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이해하고 일제 지배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인식과 배치된다"며 퇴정을 요구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도 "현 정부와 국무총리 모두 (일제시대 국적이 일본이라는 것을) 아니라고 얘기한다. 일본 국적법에 따르면 조선은 대상이 아니었다고 했고, 더 중요한 것은 국적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과 별도로 일본은 혈통주의와 호적제도 등 다른 방식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을 구별했다"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대만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우 유튜버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은 헌법체제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반헌법적 모습이고, 퇴장이 아닌 탄핵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립묘지에 있는 독립유공자분들께서 듣고 계시면 관 뚜껑을 열고 뛰쳐나올 상황"이라며 "(앞선 발언으로)이미 국민적 심판은 다 끝났고, 국무위원이 반역사적이나 반헌법적 입장을 계속 고수하면 위헌적 언동이다. 퇴정의 문제가 아니고 사퇴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같은 한국말을 같이 듣는데 왜 이렇게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왜 저렇게 집착을 할까"라며 "김문수 장관이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친일 좌표를 확실하게 찍고 가자거나 아예 보수당 대통령 후보 군에 오르는 사람들을 하나씩 정리하자는 것 말고는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조지연 의원도 "김 장관이 헌법 전문을 준수한다고 계속 얘기했고, 일제 강제 침탈에 대해서도 이것 자체가 무효라고 할 정도로 여러 번 얘기를 했다"며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해서 친일로 몰아가는 건 맞지 않고, '국적'감사 말고 '국정'감사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호영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께서 충분히 말씀했고, 장관이 그 입장을 계속 고수하는 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감사장 퇴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그 말은 제가 알아들을 수가 없다"며 "퇴장되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거부했다. 

이에 감사는 중지됐고, 회의가 재개되면서 위원장 퇴장 명령에 불응한 김 장관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으로서의 출석 요구를 철회하는 표결이 진행됐다.

여당 의원들은 표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미참여 의사를 표하면서 모두 자리를 비웠고, 남은 야당 의원 10명 중 10명이 찬성해 가결됨에 따라 김 장관은 회의장에서 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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