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관리'라는 명목으로 고수익 저위험 대출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으면서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은 계획대로 강화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미래 먹거리 부재 속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당국이 추가 은행 설립을 고려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
|
|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관리'라는 명목으로 고수익 저위험 대출자산인 '주택담보대출'을 틀어막으면서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은 계획대로 강화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미래 먹거리 부재 속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당국이 추가 은행 설립을 고려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사진=각사 제공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감장에서 "금융권 경쟁력을 제고하고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도입하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등을 추진한 바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제4 인터넷은행 인가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늦어도 11월까지는 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마련하고, 예비인가 신청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신규 인가를 예고한 바 있다.
김 위원장 계획대로라면 금융위는 예비인가 평가항목과 배점을 세분화해 다음달께 최종 방안을 내놓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예비인가 신청이 이뤄질 전망이다. 통상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발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사결과는 내년 1~2월께로 예상된다. 본인가 결과 발표는 3~4월께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중·저신용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 확대 △혁신적 금융서비스 제공 여부 △안정적 자본확충 역량 등을 심사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4 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컨소시엄은 더존비즈온의 '더존뱅크',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호은행', 소상공인·소기업단체의 '소소뱅크', 렌딧·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의 '유뱅크', 한국생명농업경영체연합회 등 농업 유관 단체의 'AMZ뱅크' 등 5곳이다. 다섯 곳은 모두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포용금융에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업에 진출하는 새 플레이어인 데다, 먹거리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최근 은행권 주담대를 옥죄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 대비 대출 파이가 적은 인터넷은행에게 일제히 주담대를 규제하면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은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포용금융이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인 까닭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저위험 안전자산인 주담대를 틀어막고, 연체위험에 놓여 있는 중금리대출만 강요하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인터넷은행들은 포용금융을 외면한 시중은행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잔액은 2021년 말 18조 107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조 1416억원으로 약 5조원 급감했다.
반면 이 기간 인터넷은행 3사의 대출잔액은 3조 7363억원에서 9조 6184억원으로 약 6조원 급증했다. 시중은행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을 외면할 때 인터넷은행들이 이들을 적극 수용한 덕분이다.
김 의원은 "시중은행은 평균 자산이 인터넷은행보다 13배나 크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큰 차이가 없다"며 "수익성만을 추구하면서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시중은행의 행태는 금융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인터넷은행만이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경우, 리스크가 집중돼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시중은행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균형 잡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포용금융에 소홀한 때 인터넷은행은 당국 요구에 발맞춰 중금리대출을 매년 목표치에 맞게 늘려왔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대출과 주담대를 함께 운용할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줘야 하는데, 위험도가 높은 대출만 공급하라는 입장이니 건전성 관리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인터넷은행의 예대율(대출금/예수금)이 크게 낮아진 점도 문제다. 최근 3사는 대출이 감소하는 반면, 예금 비중이 커지면서 예대율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지난 6월말 현재 예대율은 카뱅 79.8%, 케뱅 71.7%, 토뱅 59.6%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들이 예금으로 제공한 이자 만큼 대출에서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해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대율은 평균 96.2%에 육박했다.
이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 오히려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나머지 국내 은행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를 여러 컨소시엄에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인가 신청 컨소시엄이 소기업·소상공인 고객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또 충분한 위험관리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고객 기반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을 경우 중·저신용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자 무리하게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제4인뱅의 자산 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