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고비로 여겨졌던 요르단과 원정 경기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밤 11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요르단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3차전에서 요르단을 2-0으로 꺾었다.

이 경기 승리로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 이라크(승점 7)와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한국 +4, 이라크 +2) 조 1위로 올라섰다. 2차전까지 선두였던 요르단은 한국에 패해 조 3위(1승1무1패, 승점)로 밀려났다.

   
▲ 한국이 요르단을 2-0으로 꺾고 조 선두로 나섰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한국으로선 지난 2월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뼈아픈 0-2 패배를 당했던 아픔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조 선두로 나섰기 때문에 기대했던 성과를 충분히 냈다.

더군다나 이번 대표팀에는 에이스이자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허벅지 부상으로 빠졌다. 요르단전을 앞두고 홍명보호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손흥민의 부재였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두고 "손흥민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공백을 느끼는 부분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팀으로서 메우느냐'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대표팀은 손흥민의 공백을 '팀'으로 잘 메웠다. 선제골이 너무나 중요했는데 전반 38분 이재성(마인츠)이 설영우(즈베즈다)의 크로스를 헤더골로 연결해 한국에 리드를 안겨줬다. 후반 23분에는 교체 투입됐던 오현규(헹크)와 배준호(스토크 시티)가 합작해 추가골을 터뜨렸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수비를 제치고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요르단 골문을 뚫었다.

이렇게 요르단전을 승리로 끝내기는 했지만, 손흥민이 '대체불가'라는 사실은 다시 확인했다.  

   
▲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한 황희찬. 부상으로 일찍 교체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의 대체 선수로 황희찬(울버햄튼)을 왼쪽 날개로 선발 기용했다. 경력이나 기량 면에서 황희친은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자원이었으나 불행히도 상대의 거친 태클에 두 번이나 왼쪽 발목이 꺾여 전반 20분까지만 뛰고 일찍 교체됐다.

급히 황희찬 대신 투입된 엄지성(스완지 시티)도 후반 6분 부상을 당해 또 배준호로 교체를 해야 했다.

잇따른 부상 악재 탓이기는 하지만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3명의 선수를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포지션과 상관없이 팀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 역할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책임졌다. 이강인은 우측 날개로 나섰지만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찬스를 만들고 해결을 하기 위해 애썼다.

   
▲ 요르단전에서 한국 공격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던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그러나 이강인은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 요르단이 아예 전담 마크를 붙여 이강인의 움직임에 계속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강인의 발이 묶인 것도 '손흥민의 부재'와 연관이 있다. 요르단 입장에서는 손흥민 없는 한국을 상대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가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을 차단하면 한국의 공격이 무뎌질 것으로 봤고, 실제 그 부분에서는 요르단의 작전이 통했다.

이강인이 최근 대표팀 경기를 통해 드리블이나 패스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했던 것은 손흥민과 함께 뛰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상대 수비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몰려들 때 한국 공격에는 빈 공간이 많이 생기고, 그 틈을 이강인이 파고드는 패턴을 많이 보여왔다. 손흥민이 빠지자 상대 수비는 이강인 봉쇄에 집중됐고, 볼을 잡아도 패스할 곳이 마땅찮은 이강인은 볼을 뒤로 돌리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었다.

다시 손흥민 없이 난적 이라크(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를 상대해야 하는 홍명보호는 이런 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대책을 갖고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르단전 승리를 이끌어내는 데 유럽파 신예들이 큰 역할을 해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존 유럽파 핵심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수비의 중심을 잡고, 황인범(페예노르트)은 특유의 활동량으로 공수의 연결고리가 돼줬다. 이재성은 결정적 선제골로 해결사가 됐다.

여기에 설영우, 오현규, 배준호의 활약이 더해졌다. 

   
▲ 요르단전에서 골을 넣은 오현규(왼쪽)와 도움을 기록한 설영우(가운데), 배준호.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이번 시즌 즈베즈다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로 진출한 설영우는 풀백으로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이재성의 선제골에 정확한 크로스로 도움도 올렸다. 헹크로 이적해 조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오현규는 요르단전에서 한국 공격진의 조커가 돼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한 주역이 됐다. 스토크 시티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배준호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활력소가 되며 오현규의 골을 도왔다.

2026 월드컵을 바라보는 한국대표팀은 세대교체 또는 신예들의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마침 이번 요르단전에서는 뜻하지 않게 손흥민이 빠졌고, 황희찬은 부상으로 일찍 고체됐다. 스트라이커로 각광받던 조규성(미트윌란)도 부상으로 장기 공백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무대를 통해 기량 성장을 이루고 있는 신예들이 존재감을 나타내며 대표팀의 일원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은 요르단전에서 얻은 큰 소득이다.

다가온 이라크전에는 황희찬도 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또다른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 신예들의 활약으로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졌다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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