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작년 1월 0.25%p 인상을 마지막으로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서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지속했던 긴축 기조는 38개월 만에 종료됐다.

그는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1명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필요시 정부가 추가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내수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용성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바람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은의 실기론과 관련해선 “1년 정도 지나서 평가해 달라”고 반박했다. 그는 “8월에도 금리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얘기해서 거시 안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금리를 인하하는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실기하지 않았느냐는 분들이 있는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걸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도 했다. 이어 “반대로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그런 비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년간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늘 나라보다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나 외환시장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또한 “한국이 미국처럼 0.5%p씩 기준금리를 내릴 상황이 아니다”며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p 이상 높인 만큼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면서 “‘우리도 0.5%p 떨어지겠구나’며 돈을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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