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전기차 산업의 운명을 가를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친환경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과 전통적 자동차 산업을 옹호하는 공화당, 어느 당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해리스 전 부통령이 당선되면 기존 정책 기조의 유지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점진적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단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1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는 1만2303대가 판매됐다. 전월 대비로는 20.7%,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3% 줄어든 수준이다. 3분기 누적 판매량도 10만84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제47대 대선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과 도널드 트럼프(공화)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로 확정됐는데 두 후보는 친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최근 발간한 '2024 美 대선 향방에 따른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자동차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대미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전기차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트 전 대통령 당선 시에는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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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전기차 의무화 정책에서는 두 후보의 공약이 유사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차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 의무명령' 폐지를 예고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는 두 후보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IRA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어 당선 시 전기차의 구매 및 제조 보조금이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지·축소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있다. 다만 IRA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와 구매 보조금 제도가 실제 폐지될지는 대선뿐 아니라 연방 상·하원 총선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폐지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보조금 축소나 전기차 성장 동력 상실로 이어질 우려는 존재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국 관세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외 생산 차량에 최대 100% 관세를 예고했다. 이들은 대중국 정책에서는 '중국 브랜드 전기차 진입 원천봉쇄'라는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이 속한 민주당은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 공화당은 중국산 모든 자동차에 60% 이상의 높은 관세를 예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안정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현지생산 본격화로 국내 기업의 전기차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중장기적으는 미국과 한국에서 일정 비율을 생산하는 안정적인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집권 시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비해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트라는 민주당 집권 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IRA 보조금 등에서 우리 수출 및 우리 기업 제품에 유리하도록 하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공화당 집권 시에는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등의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려는 통상외교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는데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인 대응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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