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미국 증시에서 약값 논쟁에 따른 바이오주 폭락 여파가 국내 증시에도 전해지며 30일 제약·바이오주가 급락했다.

제약·바이오주는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으로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2.74% 하락해 업종지수 중 가장 낙폭이 컸다. 경보제약은 전날보다 3200원(18.50%) 급락한 1만4100원에 마감했다.

의약품 대장주인 한미약품이 3.26% 하락한 것을 비롯해 유유제약(-11.55%)과 대원제약(-8.03%), 슈넬생명과학(-7.47%), JW중외제약(-4.27%), 명문제약(-4.07%), 보령제약(-3.37%) 등 제약·바이오주가 동반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제약 업종은 2.93%나 떨어졌다. 코아스템이 8.86% 하락했으며 인트론바이오(-6.84%)와 펩트론(-6.53%), 메디포스트(-5.58%), 코오롱생명과학(-4.71%), 경남제약(-4.37%), 메디톡스(-4.20%) 등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도 2.86% 하락했다.

앞서 미국에선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고가 약 논쟁이 제약·바이오주 급락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약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못 참는다"고 발언한 데 이어 만성·중증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월 250달러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약가 규제 공약을 내놨다. 이 여파로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 바이오기술주 지수는 5%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주도 당분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정보라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변화가 없지만, 밸류에이션 거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당분간 국내 바이오 주가도 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약가 인하 논쟁이 궁극적으로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확대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커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에는 호재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약가 인하는 쉽지 않겠지만, 공적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와 정부 지원 확대 정책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체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종 최선호주(Top Picks)로 셀트리온과 삼성물산, 이수앱지스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