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규제에 만기 50년까지 가능…금리하단 격차도 대폭 줄어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컷(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을 단행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되레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올 연말까지 주담대를 통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컷(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을 단행했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되레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의 일환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확대에 강경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당장 올 연말까지 주담대를 통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판매 중인 '보금자리론'에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은행들의 거듭된 금리인상으로 금리하단 격차가 0.24%p 차로 바짝 좁혀진 반면, 금리상단은 오히려 훨씬 낮게 형성된 까닭이다. 아울러 대출규제·대출만기에서도 일반 주담대 상품보다 선택지가 풍부한 만큼, 대출이 막힌 예비 수요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전날 3년 2개월만에 베이비컷을 단행했지만,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는 되레 거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5년 고정·주기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5~6.15%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99~5.39%,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4.25~5.55%,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혼합)'이 연 3.796~4.196%,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최저 연 4.42%, 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연 3.75~6.15% 등이었다.

거듭된 금리인상에도 불구 금리하단이 여전히 3.7%대에 형성돼 있지만, 최저금리는 카드이용실적·자동이체·예금평잔유지 등 은행이 요구하는 각종 조건을 매월 충족해야 한다. 일반적인 대출자가 우대금리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금리하단은 4%대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많은 대출자들이 높은 금리에도 불구, 은행 주담대를 택한 건 5년 주기로 금리가 재산정된 까닭이다. 금리를 재산정할 때 시장금리가 인하기에 접어들면 대출금리를 꽤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채 금리 하락세에도 불구, 금융당국의 불호령에 대출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실제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은행채 5년물(무보증, AAA) 평균금리는 3.304%로 10일 3.319% 대비 약 0.015%p 하락했다. 최근 은행채 금리는 3.1~3.3%대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추가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만큼 추후 2%대 진입이 예상된다. 연중 최저치는 지난달 5일 3.101%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흐름과 달리 금융당국은 한은의 기준금리 발표 직후 다시금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대출 자제령'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9월 주담대 수치에 추석 연휴 등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고 규제 강화 이전에 미리 당겨 실행한 대출수요 등의 영향도 크다는 점을 들어 아직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평했다. 또 금리인하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그동안 공급된 정책대출과 전세대출 등도 규모가 상당한 만큼, 가계대출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철저히 관리하는 쪽으로 입을 모았다.

권 사무처장은 "금융권이 연초 수립한 자체 가계대출 경영목표를 준수하기로 한 만큼 개별 은행 상황에 맞는 세심한 여신심사 기준을 통해 남은 3개월 동안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를 바란다"며 "2025년도 경영계획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계획도 함께 수립하도록 할 예정인 만큼 내부 관리목적 DSR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이 원장은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는 금리인하에 따라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등으로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회사 스스로 자체적인 관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위험이 지속되는 경우, 필요한 감독수단을 모두 활용해 적기에 과감히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의 자체 대출금리 조정, 금융당국의 대출 자제령이 더해짐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은행 상품을 이용한 신규 주담대를 받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고, 은행들도 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요건을 까다롭게 하다보니 영끌·빚투 수요는 꽤 잡힌 듯 하다"면서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강경한 만큼, 연말까지 은행 주담대를 받는 건 다소 어려울 듯 하다"고 평했다.

이에 다소 높은 금리로 외면을 받았던 주금공의 보금자리론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담보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일 때 이용할 수 있어 서울에서 이용하기엔 다소 까다롭다. 대출한도는 최대 3억 6000만원(생애최초 4억 2000만원)이다. 대신 대출자의 나이가 만 34세 이하일 경우 만기 50년까지, 39세 이하일 경우 만기 40년까지 선택할 수 있다. 

또 스트레스 DSR 2단계까지 반영하는 은행 주담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제의 강도가 느슨한 총부채상환비율(DTI) 60%·담보인정비율(LTV) 70% 룰을 따르고 있다. 

대출금리(아낌e 기준)는 지난 7월부터 쭉 동결돼 현재 연 2.95~4.25%를 형성 중이다. 만기별로 연 3.95(10년)~4.25%(50년)를 기본금리로 하는데, 저소득청년, 신혼가구, 사회적배려층(장애인·한부모 가정 등) 및 전세사기피해자 등은 최대 1.0%p를 추가 우대금리로 받을 수 있다. 

나홀로 사는 만 39세 이하 청년일 경우 '저소득청년' 조건으로 0.1%p의 금리우대를, 신혼부부 및 신생아출산가구에게는 0.2%p를 각각 제공 중이다. 우대금리를 반영하지 않고 은행 상품과 동일하게 만기 30~40년 상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금리는 4.15~4.20% 수준이다. 

특히 3년 이후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추후 금리가 더 낮아진다면 부담 없이 은행권 주담대로 갈아탈 수도 있다.

한편 올해 보금자리론 실적은 시중은행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보금자리론의 30년 만기 평균금리는 연 4.40%로 이 시기 은행권의 평균 주담대 금리 3.96%보다 약 0.44%p 높았다. 높은 금리 부담에 지난 2~8월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2조 4493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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