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정족수 규정 헌재법 효력 일시 정지 가처분 받아들여
여야, 국회 몫 헌법재판관 3인 추천 두고 엇갈린 입장
[미디어펜=진현우 기자]헌법재판소(헌재)가 재판관 정족수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로 끝나는 국회 몫 후임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추천 절차에 관심이 모아지지 여야 모두 자당 몫에 대한 엇갈린 해석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정국에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조항이 담긴 헌재법 23조 1항에 대한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결정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내렸다.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국회가 자신을 탄핵한 뒤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해야 하는데 정족수 부족으로 인해 심리가 정지되는 것은 직무 정지 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이기에 부당하다며 헌재에 해당 조항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헌재는 가처분 인용 결정 이유에 대해 "해당 조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신청인(이 방통위원장)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제 하에서 임기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회에 빠른 시일 내 헌법재판관 추천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오는 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관은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17일 이후 이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 등 주요 사건의 심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심리는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헌재의 결정 이후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헌재 결정 직후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며 "국정감사 이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아쉬운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추천 권한이 (여야 간) 충돌의 본질이기 때문에 일정 정도 (추천) 시한을 정하는 그런 논의 단계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우원식 국회의장(사진 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사진 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민주당은 다수당인 자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기영 헌법재판관이 오는 17일 퇴임하고 내년 4월에는 역시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퇴임함에 따라 최소한의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헌재가 심리정족수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가처분 결정은 민주당의 고집으로 헌재가 마비될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낸 뜻깊은 결정"이라며 "민주당은 헌재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후임 헌법재판관 선출 합의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관례에 따라 △자당 몫 1명 △야당 몫 1명 △여야 합의 1명 추천 방안을 민주당에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여야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합의해서 추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2000년 이후 관례로 여야가 1명씩 추천해왔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해왔는데 민주당의 주장은 다수당의 횡포다"라고 반발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