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10월에 치른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연전을 연승으로 마무리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발판을 다진 값진 2연승이기도 했지만, 대표팀의 숙제였던 '세대교체' 가능성을 확인시킨 의미도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5일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4차전 홈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앞서 지난 10일 요르단과 원정 3차전에서도 한국은 2-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이번에 2연승을 보탠 한국은 승점 10(3승 1무)이 돼 B조 1위를 지키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 획득을 위해 순항했다.

   
▲ 오세훈(가운데)이 이라크전 선제골을 넣고 이강인, 설영우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대표팀은 이전과 뚜렷이 다른 점이 있었다. 캡틴이자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허벅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떠올랐던 조규성(미트윌란)은 부상으로 장기 공백 중이다. 요르단전에 선발 출전해 손흥민의 역할(왼쪽 날개)을 대신했던 황희찬(울버햄튼)은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20분 정도밖에 못 뛰고 교체된 후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손흥민이 빠진 대표팀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주장 완장을 차고 두 경기를 이끌었다. 이재성(마인츠), 황인범(페예노르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기존 선수들이 건재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공격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2연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플랜B'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플랜B는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분명히 효과도 봤다.

요르단전에서 한국은 이재성과 오현규(헹크)의 골로 이겼다. 손흥민과 동갑내기이자 대표팀의 베테랑 이재성이 선제골로 리드를 안겨준 것 못지않게 반가웠던 것이 오현규의 추가골이었다.

황희찬이 부상으로 일찍 교체되고, 황희찬 대신 투입됐던 엄지성(스완지시티)마저 부상 당해 후반 6분 배준호(스토크시티)로 교체됐다. 이 때 선발 원톱으로 나섰던 주민규(울산 HD)도 오현규와 교체됐다.

교체 투입된 배준호와 오현규가 한국의 두번째 골을 합작했다. 배준호의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예리한 슛으로 요르단 골문을 허물었다. 오현규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이라크전에서는 선발 원톱으로 출전한 선수가 뜻밖에 오세훈(마치다)이었고, 또한 배준호가 선발로는 처음 기용돼 좌측 날개를 맡았다. 이 둘의 선발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41분 배준호의 패스를 오세훈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세훈은 A매치 4번째 출전해 데뷔골을 터뜨렸고, 배준호는 요르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라크의 반격에 후반 초반 동점을 허용하자 홍명보 감독은 후반 14분 선제골을 합작했던 배준호와 오세훈을 빼고 문선민(전북현대)과 오현규(헹크)를 교체 투입했다. 이 교체 카드가 또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 오현규가 요르단전에 이어 이라크전에서도 교체 출전 후 골을 터뜨리며 세대 교체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29분 문선민이 왼쪽 측면을 돌파해 들어간 뒤 내준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 맞고 굴절되자 이재성이 달려들어 다시 문전으로 컷백을 보냈다. 좋은 위치를 잡고 있던 오현규가 놓치지 않고 왼발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요르단전에서 교체 투입돼 골을 넣었던 오현규가 이 경기에서도 조커 역할을 해내며 2경기 연속 골 맛을 봤다.

한국은 후반 39분 이명재의 크로스에 이은 이재성의 헤더골로 쐐기골을 더했다. 경기 종료 직전 이라크에 한 골을 허용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한국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번 2연전에서 이강인은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비록 골이나 어시스트는 없었지만 이강인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았다. 손흥민이 빠진 한국에서 공격의 중심은 단연 이강인이었다. 

요르단은 한국전 대비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이강인 봉쇄였다. 이강인을 두 명, 세 명이 에워싸며 이강인을 통한 공격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이는 어느 정도 통했지만, 대신에 한국의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간이 많이 열렸다. 이재성의 선제골도, 오현규의 추가골도 상대가 이강인을 막느라 생긴 빈틈에서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한국 축구 세대교체의 선두주자 이강인.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이번 10월 A매치 2연전에서 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라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좌측 풀백만 두 명 배치하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 이강인을 막기 위해 애썼다.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강인은 특유의 볼 간수와 예리한 패스로 이라크 선수들의 진을 뺐다. 그러는 사이 배준호의 도움에 의한 오세훈의 선제골이 터져나왔고, 오현규의 추가골 장면도 만들어졌다.

한국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얘기할 때 우선적으로 꼽히는 선수가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이른 나이에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걸출한 재능을 갖췄다. 손흥민 없는 대표팀에서는 팀 공격의 중심 역할도 해낸다.

하지만 '젊은피'로 이강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2연전에서 보여줬다. 오현규, 배준호, 오세훈 등 세대교체의 주역이 되기 위해 준비해온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은 성장한 모습을 결과물을 내밀며 확인시켜줬다.

   
▲ 배준호가 이라크전에서 A매치 첫 선발 출전해 오세훈의 선제골을 도왔다. 배준호는 앞선 요르단전에서도 도움을 기록한 바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과 오현규는 2001년생 23세 동갑내기다. 배준호는 2003년생으로 이제 21세다. 오세훈이 1999년생으로 이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25세로 아직 젊다. 부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엄지성(2002년생)도 있고, 9월 대표팀에 소집됐으나 A매치 데뷔는 못한 예비 프리미어리거 양민혁(토트넘 입단, 현 강원FC)은 2006년생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의 각종 논란에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세대교체를 강조한 바 있다. 손흥민의 부상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10월 2연전을 통해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연승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다.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엿보이며 20대 초반 선수들이 대표팀의 미래 자원으로 속속 등장한 것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2026 월드컵에서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어온 손흥민 이재성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들 신예들과 함께 호흡하며 '라스트 댄스'를 멋지게 추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