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 모두 재보선서 '텃밭 사수'에 성공
한, 대통령실 향한 '직언' 수위 높아질 전망
이, '사법리스크' 속 他 야당과의 경쟁 우위 점해
혁신당, 예상 외 '패배' 기록하며 타격 불가피
[미디어펜=최인혁·진현우 기자]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텃밭 지역'을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지난 4.10 총선과 달리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특히, 국민의힘이 당초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약 22%포인트 차의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에도 날개가 달리게 됐다. 

이에 따라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직언’을 할 명분을 얻게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與 인천 강화·부산 금정 수성…한동훈,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 전 입지 굳혀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 대표는 개표 막바지였던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준 것으로 여긴다"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나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적었다.
 
당초 국민의힘은 10.16 재보궐선거를 소극적으로 임했다. 지난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판이 커지면서 참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은 이번 재보궐선거 또한 ‘정권심판론’으로 임하면서 국민의힘은 ‘조용한 선거’를 대응책으로 준비했었다. 

하지만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가 김경지 민주당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총력전으로 전환하게 됐다. 야권 단일화 컨벤션효과로 사전투표율이 20.63%를 기록하며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사전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에 달하자 텃밭 사수에 위기감이 느껴진 탓이다.

이에 한 대표는 투표 전날인 지난 15일까지 부산을 찾아 막판 총력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한 대표가 부산을 찾은 것은 재보궐선거 기간 총 6번에 달한다. 그는 야권의 정권심판론을 상쇄하기 위해 지역 일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정구 재개발·재건축과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맞춤 공약을 약속하며 민심을 다졌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의 승리가 일찍부터 예견됐던 인천 강화군에서도‘지역 일꾼론’을 강조했다. 그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비판하면서,지역 특성에 맞춰 쌀값 하락과 벼멸구 피해 지원, 대북 방송 소음 대응책 마련 등을 공약했다. 정권 심판에 집중하는 야권과 차별화하며 집권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발휘한 것이다. 
 
한 대표가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을 모두 사수함으로써 당 장악력은 한층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대표는 지난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통령실에 대한 한 대표의 직언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텃밭 사수의 배경에 한 대표가 후보 공천부터, 지역 일꾼론 등을 강조한 선거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받는 영향이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각 시·도당에 위임하며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으로 공천했다. 이를 통해 ‘공정한 공천’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김 여사 리스크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이전 여당의 모습과 달리 맞대응을 택했다. 

그는 재보궐선거 현장에서 대통령실의 인적쇄신 필요성,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자제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김 여사 리스크를 정면 돌파했다. 

이러한 한 대표의 선거전략이 ‘텃밭 사수’로 증명된 만큼,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승장’의 자격으로 '대통령실 인적 쇄신', '제2부속실 출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쟁탈전' 승리 이재명, 일극체제 강화…정권심판론 전국 확산에는 실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이른바 '호남쟁탈전'으로 불린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 재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훈풍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10%포인트가 넘는 비교적 큰 격차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재명 일극체제' 유지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선거 기간 중 영광 지역을 모두 4차례 방문했고 현지에서 '한달살이'에 나선 한준호 최고위원을 비롯해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 등 당 지도부 및 의원들이 매머드급 선거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영광과 곡성에서의 승리로 이 대표는 '텃밭' 지지를 발판 삼아 당내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보수세가 강한 인천 강화에서도 한연희 후보가 지난 2022년 지방선거보다 6.77%포인트를 끌어올려 42%대의 득표율을 기록해 '선전'한 것 역시 이 대표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다음 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1심 선고를 각각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두 지역의 승리는 이른바 '사법리스크'에도 이 대표가 다른 야당과의 경쟁은 물론 향후 정국 운영에서도 유리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심 받들어 민생 회복에 정진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민주당은 선거기간에 당선자가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확실히 챙기겠다"며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지만 부산 금정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이 '옥에 티'로 남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우여곡절 속 조국혁신당과 부산 금정에서 야당 후보 단일화를 성사했고 이 대표는 선거 유세 기간 중 4차례나 부산 금정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전 막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실언' 논란이 표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전임 구청장의 임기 중 사망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를 '혈세 낭비'라고 표현해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의원의 사과가 이어졌고 민주당이 김 의원을 윤리심판원으로 회부했지만, 유세 막바지에 여당 지지세가 결집하는 현상도 함께 벌어지며 결국 단일화 시도는 실패로 그쳤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직접 호남에서 월세방을 얻어 '한달살이'에 나서며 민주당과 직접 경쟁에 나섰지만 영광과 곡성에서 모두 패배를 맛봤다.

특히, 영광군수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을 추월하기는커녕 이른바 '밑바닥 선거운동'으로 약진한 진보당에 오히려 표심을 뺏겨 3위를 기록하는 등 조국혁신당의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조국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광과 곡성 재보궐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말씀을 더 경청하고, 국민의 뜻을 더 높이 받들겠다"고 적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영광군수 재선거 판세를 놓고 "조국혁신당·민주당·진보당 후보가 30~35% 사이의 고른 득표를 기록해 미세한 1~2%포인트 차이로 우열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가 장세일 민주당 후보에 14.52%포인트(4578표) 차로 뒤처졌고 이석하 진보당 후보에도 4.16%포인트(1310표) 차로 2위 자리를 뺏기면서 정국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미디어펜=최인혁·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