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의 고급화 및 대형화로 부품가격 올라
자기부담금 확대해 보험료 부담 완화해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최근 차량수리비 상승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면서 보험료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화재와 지난달 폭우로 인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지난 8월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4.2%로 전년 동월(80.6%) 대비 3.6%포인트(p) 상승했다.

   
▲ 사진=미디어펜


각사 손해율을 살펴보면 KB손해보험이 84.8%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가 84.5%, DB손해보험이 84.0%, 현대해상이 83.5% 순으로 나타났다.

4개 사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계 손해율도 80.4%로, 전년(77.8%) 대비 2.6% 올라 80%를 넘겼다.

통상 손보사들은 77~80%를 손해율의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대략 20%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으로 흑자를 내려면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대인배상 담보보다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등 차량수리와 관련된 담보의 손해율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 부품비 증가의 영향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손해율은 지난해 1분기 75.8%, 74.6%에서 4분기 85.1%, 85.5%로 높아졌다.

차량수리 관련 담보의 손해율 상승은 사고 건당 손해액(사고심도) 증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고 건당 수리비는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상승했는데 특히 부품비가 건당 수리비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의 고급화 및 대형화로 차량 가격이 상승했고, 특히 외산차 비중도 크게 증가함에 따라 관련 차량 부품가격도 크게 올랐다.

차량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형차량 비중이 2016년 23.5%에서 지난 7월 말 27.3%로 증가한 반면, 나머지 중소 및 경형 차량의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외산차 비중도 2016년 7.5%에서 지난 7월 말 기준 13.3%로 큰 폭으로 확대됨에 따라 차량수리비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외산차의 건당 차량수리비 보험금 지급액은 국산차량 지급액의 2.6배, 이 중 차량 부품비는 3.7배 더 많이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 및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비중 확대도 건당 손해액 증가세를 높이고 있다. 배터리 등 부품비가 높은 영향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하단 충격 등 경미한 손상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전체를 교환하게 되면 3000만원 이상의 금액이 지출될 수 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전용식 선임연구위원은 “부품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차량부품 재고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실손보상의 원칙에 따라 감가상각에 의해 수리부품비를 책정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연식이 높은 차량을 중심으로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유인해야 한다”면서 “또 자기차량손해담보에 대한 자기부담금 설정 금액의 범위를 확대해 과도한 수리 등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하면서 보험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개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기부담금은 2010년 비례공제방식을 도입한 이후 2024년 현재까지 통상 20만~50만원의 설정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 범위를 통상 500~1000달러 사이에서 선택하고 있으며, 고급차량 소유주의 30%는 1000달러 이상의 자기부담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보험정보연구소(는 자기부담금을 200달러에서 500달러로 올릴 경우 보험료를 15~30% 줄일 수 있으며, 1000달러까지 확대 시 40% 이상 보험료 절약이 가능하다고 분석하며, 자기부담금 확대를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하고 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