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CAPEX 비용은 줄고 R&D는 늘고
통신3사, 비용 효율화 위해 '인력개편' 카드 만지작
[미디어펜=이승규 기자] 통신3사(SKT·KT·LG U+)가 비용 효율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지난 3분기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3사는 비용 효율화 과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AI(인공지능)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통신 사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때까지 비용 효율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T T 타워 전경./사진=SK텔레콤 제공


17일 상장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통신3사는 3분기 합산 매출 14조7987억 원, 영업이익 1조2366억 원, 수익률 8.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통신3사는 합산 매출 14조6811억 원, 영업이익 1조742억 원, 수익률 7.3%를 기록했다. AI 관련 투자를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1%p(포인트)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모양새다. 다만 KT가 지난해 3분기 임금인상분 소급액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던 것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통신3사가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는 것은 주력 사업인 통신 사업 성장세 둔화에 대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5G 가입자 수 성장세가 정체됐고, 정부의 요금제 압박 인하가 거세지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지국 구축이 대부분 완료되며 CAPEX(설비투자) 부담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 지난 2분기 통신3사의 CAPEX 비용을 엿볼 수 있는 유형자산의 취득 금액 합산 비용은 3조28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약 4조2650억 원) 대비 29% 감소한 수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력 개편을 통한 비용 효율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정년을 앞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퇴직금 규모를 기존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KT도 자회사 설립을 통해 인력개편에 나섰다.  KT OSP와 KT P&M을 설립해 선로 통신시설, 설계 시공, 국사 내전원시설 설계 등의 업무를 분사하고 5700여 명 규모의 인력개편도 진행한다.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전문대학원 교수는 "AI 투자 금액은 지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통신이 인하 압박이 지속되며 수익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비용 효율화 작업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우리나라 인구 증가세가 정체된 만큼 통신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통신 3사가 고정된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사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절감한 금액을 AI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3사의 R&D(연구개발) 비용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R&D 비용에 3632억 원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3351억 원)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 

비용 효율화 추세는 AI 사업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때 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통신사업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는 만큼, 새로운 BM(수익모델)이 나타나지 않으면 비용 효율화 작업은 불가피 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통신3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SK텔레콤을 시작으로 AI 사업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준은 미미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올해 AI B2B 사업에서 약 600억 원의 돈을 벌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예측한 올해 총 매출(17조9531억 원)의 0.3% 밖에 되지 않는다.

이성엽 교수는 "AI에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새로운 수익원이 발생할 때 까지 비용 효율화 작업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강도 높은 비용 효율화 작업을 지속 때문에 통신 서비스의 품질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친다. 이성엽 교수도 "통신사의 주력 사업은 네트워크인 만큼 유지 보수 작업과 기술 고도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통신업계는 큰 폭의 CAPEX 비용 감소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지국 구축이 대부분 완료된 만큼 5G 시장 초기보다 CAPEX 비용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가오는 6G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고 유지 보수 비용도 소비 지속이 예상되는 만큼 CAPEX 비용이 감소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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