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최근 누수 사고에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와 관련해 보험회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운영하는 경우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방지의무의 범위가 넓어져 오히려 피보험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일 ‘누수 사고에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래된 주택·건물에서 배관의 노후화로 인한 부식이나 균열 등으로 누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노후 건축물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누수 사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 자료=보험연구원


누수가 발생하면 해당 주택·건물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가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배상책임보험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에는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부분뿐만 아니라 손해방지비용 부분도 포함돼 있다. 보험계약자·피보험자는 손해의 방지와 경감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 또는 유익했던 비용은 보험회사가 부담한다.

상법 및 배상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주된 급부 외에 손해방지비용 등도 별도로 보상하는데 특히 손해방지비용은 보험가입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항목으로 보험회사 및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주택⸱건물에서 누수가 발생해서 아래층에 피해가 생긴 경우 배상책임보험의 담보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의 경우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건물의 경우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이 적용된다.

손해방지비용 해당 여부와 관련해 다수의 분쟁이 발생하는 부분은 피보험자 주택⸱건물 공사비 항목 부분이다.

피보험자 주택·건물에서 누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배관 교체 공사나 방수 공사 등을 시행한 경우에 해당 공사비 중 어디까지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관해 보험회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누수 자체로 인한 피해액보다 피보험자 주택⸱건물의 공사비가 훨씬 고액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피보험자 주택⸱건물에서 누수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공사를 하는 경우 누수로 인한 손해를 방지·경감한다는 목적과 피보험자 주택·건물을 개량하고 보수하는 목적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공사비가 손해방지비용인지 피보험자의 이익을 위한 비용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누수의 원인이 배관의 노후인 경우 배관 교체 공사비용, 방수층 손상인 경우 방수층 공사비용 등 누수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사비용은 해당 공사가 누수 정도나 피해 규모 등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손해방지비용으로 인정된 사례가 상당히 있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결정이나 일부 판례에서는 ‘누수를 일시적으로 방지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원인을 찾아서 이를 제거하는 비용도 손해방지비용에 해당한다’라고 본 것이다.

이에 백 선임연구위원은 “상법상 손해방지의무 및 손해방지비용 조항의 취지, 배상책임보험의 본질 등을 고려하면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운영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법상 손해방지비용은 기본적으로 손해방지의무가 먼저 전제돼야 하는 개념으로, 손해방지비용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손해방지의무의 범위와 연결시켜서 제한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손해방지비용을 넓게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보험계약자·피보험자가 부담하는 손해방지의무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으로, 누수 사고에 있어서 손해방지비용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것이 반드시 보험계약자·피보험자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수 사고에서 피보험자의 주택·건물 공사비용을 배상책임보험에서의 손해방지비용으로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경우 배상책임보험이 실질적으로 피보험자의 주택⸱건물을 담보하는 재물보험으로 변질되는 기형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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