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4개월 만에 다시 확대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을 종료했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역행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도 내릴 것이란 기대가 큰 상황이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강화 압박에 대출금리는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통화 긴축을 종료했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역행해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 상품 하단이 4%대까지 올랐다. 이들 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 수준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11일 당시(연 3.990∼5.780%)와 비교하면 일주일 새 하단이 0.160%포인트(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04%에서 3.292%로 0.012%p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담대 금리가 시장금리와 역행한 것이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540%)도 상·하단이 각각 0.040%p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360%에서 3.400%로 0.040%p 상승한 영향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하락에도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시장금리 하락이 대출 금리에 일정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탓이다. 코픽스 금리는 주요 은행들의 전월 취급한 수신상품 금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출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변동이 예금금리 등을 거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기다 은행권을 향한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강화 압박도 한몫했다.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올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20차례 이상에 걸쳐 대출금리를 끌어올려 왔다. 주요 은행들은 이달에도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0.20%p 인상했다. 국민·신한은행도 지난 4일 관련 대출금리를 각각 최대 0.25%p, 0.20%p 올린 바 있다.

당국은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도입으로 가계대출 총량이 전월에 비해 상당폭 둔화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됐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증가해 전월(9조7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축소됐다.

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의 효과와 은행권 자율적인 관리 노력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다만 추석 연휴 등 계절적인 요인이 반영됐고, 규제 강화 이전에 미리 당겨 실행한 대출수요 등의 영향이 있는 만큼,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방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평가다.

반면 수신금리는 시장금리에 맞춰 하락하면서 예대금리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상당수 은행에서 최근 2~3개월 사이 주요국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망을 반영해 예금금리를 0.2~0.45%p 정도 낮췄다. 5대 은행의 8월 가계 예대금리차(정책 서민금융 제외)는 평균 0.57%p로 7월(0.434%p)보다 0.136%p 확대됐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은 4월(0.05%포인트) 이후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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