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 수준 약 35%…10명 중 7명 '민원인 갑질 심각' 응답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 및 관리·감독 필요"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실질적 개선은 미미한 수준인 등 여전히 현장에 정책이 안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unsplash


21일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가 공공·민간부문 사업장을 대상으로 감정노동법률 시행 이후 변화 상황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제도화 수준은 35%가량에 불과했다.

지난 2018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 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와 시행령·시행규칙에 감정노동 관련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된 이후 지자체 82곳에서 자치법규로 감정노동자 보호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일부 노동센터에서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주요 사업으로 다루고, 노동정책 담당 부서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등 진척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 공공과 민간부문에서는 문제 해결은 커녕 법률 이행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약 340곳의 공공기관의 감정노동 제도 이행 비율은 50%를 하회하고, '감정노동자가 없다'고 응답한 기관이 90곳이 넘는 등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사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고객의 악성 행위가 감소했다고 느끼는 노동자는 31.6%에 불과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사업주 개선 의지 항목에서도 28.8%만 '그런 편이다'라고 답했고, 감정노동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해서는 59.3%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사업장에서의 감정노동 보호 조치와 고객응대 매뉴얼도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의 일시적 중지를 통한 '피할 권리'는 절반(45.5%)도 미치지 못했고,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와 같은 '업무에서 제외'는 63.6%였다.

고객응대 매뉴얼에는 피할 권리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곳이 절반이 넘었고(55.4%), 매년 평가를 통해 수정·보완이 이뤄지는 곳은 32.6%에 그쳤다. 노동자 피해와 고객 불만사항 등 실태조사는 32.8%만 수행했다.

이는 최근 직장갑질119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원인 갑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응답자 중 77.9%는 '민원인들의 괴롭힘(갑질)이 심각하다'고 답했고, 피해자 중 61.9%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53.6%는 '회사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며,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모르는 비율은 63.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아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법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없어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에 미온적인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며 "감정노동자 보호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문제 상황의 예방부터 사후 조치까지 실질적인 감정노동자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지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도 "노동이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벌칙 조항(과태료) 마련 등 기존 법 제도를 구속력 있게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해당 규정에 맞춰 감정노동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표준적 규정 마련 등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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