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가 임박했다. 목표 물량을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영풍·MBK 측의 의결권 과반을 막았다는 점에서 성공했다는 평가다.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로도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 무효 소송에 나서는 한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경영권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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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제공 |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이날 종료된다. 고려아연은 우군인 베인캐피탈과 함께 주당 89만 원에 최대 20%의 물량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려아연 주식 유통물량이 20% 수준인데 이미 영풍·MBK 측에서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확보한 만큼 목표를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에서는 물량 20%를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의결권 과반 확보를 목표로 했지만 이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 측이 의결권 과반을 확보했다면 이사진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될 가능성이 컸다”며 “향후 주주총회에서 양측의 표대결이 불가피하겠지만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영풍·MBK 측과의 경영권 분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지켜본 뒤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임시주총을 통해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에 영풍·MBK 측의 인물을 대거 투입하고 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일단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영풍·MBK 측은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으로부터 받아야하기 때문에 주총 시기는 내년 초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
또 영풍·MBK 측은 장내매수로 고려아연 주식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로는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고려아연도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영풍·MBK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지분 5.34%에 대해 원천 무효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 영풍·MBK 측이 가처분 신청을 통해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비정상적인 거래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합리적 시장상황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이른바 ‘유인된 역선택’을 하게 돼 투자자 손실 상황에 발생하게 됐다”며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MBK 지분 매입이 원천 무효화가 되도록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이미 한 부분도 있다. 다양한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추가 지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계획을 아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우군 확보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은 “수치상으로 영풍·MBK가 우위에 있는 것은 맞지만 양측 다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지분 격차는 많이 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으며, 경영권 강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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