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잇단 승부수를 띄웠지만 야당 내 비주류들의 반발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이번 ‘안심번호 공천’에는 문 대표뿐 아니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정치생명을 걸고 가담해 당청 간 정면충돌 위기까지 촉발시켰다.
당초 새정연 혁신위가 결정한 ‘안심번호를 활용한 전화 조사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는 비주류의 반발이 있었다. 문 대표가 여당 대표와 손을 맞잡고 이를 밀어붙이려 하자 비주류들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연합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여야 당 대표가 추석 연휴기간에 전격 회동해 안심번호 공천에 합의를 본 뒤 청와대와 친박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문 대표와 당 지도부는 한 목소리로 청와대와 친박계를 일제히 공격했다. 하지만 정작 야당 내 비주류들은 다시 문 대표의 공천 룰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범야권의 반발까지 불러온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재대표는 트위터에서 “우리당은 통합단결이 되었는가”라며 “저는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과 결단을 요구했다. 저쪽도 싸우고 우리도 싸우면 결과는 정치권 혐오만 나온다”고 말했다.
비주류인 문병호 의원도 YTN라디오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선거인단을 추출하는 방식의 경우) 표본추출에만 엄청난 돈이 든다”며 “모바일 투표는 역선택의 위험이 있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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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신임 정국’을 돌파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잇단 승부수를 띄웠지만 야당 내 비주류들은 본격적으로 전열 정비에 들어가는 모양새다.사진은 문재인 대표(좌)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사진=미디어펜 |
문 대표는 최근 비주류 의원들을 포함한 특보단 또는 자문의원단을 구성하겠다며 비주류 끌어안기에 나섰고, 당 지도부는 대표·원내대표·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여하는 중진연석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혁신위를 통해 ‘중진 물갈이’를 선언한 마당에 뒤늦게 중진연석회의를 거론하는 당 지도부에 대해 비주류 의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먼저 혁신안에 대한 공감대를 높일 수 있도록 당내 소통에 치중했어야 한 문 대표가 오히려 외부에서 추진력을 얻으려고 하자 그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달 30일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단독 회동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고, 다음날인 1일 김 전 대표가 ‘새로운 당 혁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혀 당내 ‘혁신 경쟁’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제언’이라는 성명을 내고 “당 지도부가 내세운 혁신위가 패권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뺄셈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진짜 혁신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혁신의 내용들을 계속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당 혁신안을 새롭게 발표하고, 당 밖의 인사를 끌어안는 야권 통합을 추진할 것을 선언한 것으로 사실상 비주류 전열 정비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앞서 문 대표의 ‘한명숙 온정주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한 바 있어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를 통해 당내 비주류의 좌장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세 규합도 가능해진다.
더구나 문 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장에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를 점찍어 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파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는 정국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럴 경우 안 전 대표의 친노 패권주의 비판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고 새로운 혁신안을 중심으로 비주류가 연합할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
결국 여당 공천 주도권 싸움을 이용해 당내 파열음을 잠재우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 문 대표의 ‘한수’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가까스로 혁신안이 통과됐다고는 하지만 야권 통합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심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울러 20대 총선을 6개월 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비주류의 탈당은 쉽지 않지만 총선을 치른 뒤 문 대표의 차기 대권주자 유지가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의 대권을 향한 행보마다 계파갈등이 잦아지기는커녕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주류의 세 규합에 명분만 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