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 속 예적금금리 인하…예대금리차 확대 불가피 우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금리인하와 별개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계부채 확대를 막아야 하는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펼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종용하는 까닭이다. 이에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 최근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금리인하와 별개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가계부채 확대를 막아야 하는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펼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종용하는 까닭이다. 이에 은행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지방은행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예·적금 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1년 만기 적금 상품인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의 금리를 연 2.20%에서 2.00%로 0.2%p 인하했다. 최근 시중은행 중 수신금리를 인하한 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앞서 BNK금융그룹의 은행부문인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이 주요 수신상품의 금리를 일제히 하향조정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15~0.35%p 인하했다. 대표적으로 '더레벨업 정기예금' 금리는 연 3.10%에서 연 2.95%로 0.15%p 줄어들었고, 'BNK내맘대로예금' 금리도 연 2.70~2.90%에서 연 2.55~2.75%로 상하단 모두 0.15%p씩 내렸다. 그 외 백세청춘실버적금과 펫적금도 각각 0.35%p 0.20%p 줄인하했다.

경남은행도 지난 17일 예·적금 금리 조정에 나섰다. '마니마니정기예금' 금리는 만기가 24개월 이하인 경우 금리혜택을 0.25%p 낮췄다. '내 곁에 든든 연금예금'은 만기 1년 기준 금리가 연 3.10%에서 연 2.90%로 약 0.20%p 하락했다. '마니마니자유적금'은 5년 만기 기준 금리가 연 3.55%에서 연 2.80%로 한 번에 0.75%p 급락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인하하고 나선 건 한은의 지난 11일 기준금리 인하 발표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이 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방위적으로 퍼지지 않은 모습이지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타행들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들이 예적금 예치에 따른 이자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현 수준의 이자를 부담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의 움직임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발맞춰 대출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식으로 금리인상 효과를 유도해서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은행채(금융채) 5년물 기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71~6.11%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말 연 3.64~6.15%에 견주면 하단은 0.07%p 상승했고 상단은 0.04%p 상승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자행 대환대출 상품으로 새롭게 유입되는 고객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크게 인하하거나 삭제조치할 예정이다. 우선 '우리 WON 갈아타기 직장인대출'에는 대환대출 이용시 우대금리로 최대 2.0%p를 제공했는데 앞으로 우대 폭을 최대 1.0%p로 축소한다.

또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 △우리 스페셜론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 △우리 WON플러스 직장인대출 △우리 씨티대환 신용대출(갈아타기) △우량 협약기업 임직원대출(PPL) 등 6개 상품에 최대 1.9%p의 우대금리를 제공했는데, 25일부터 우대 혜택을 삭제하기로 했다.

대출금리 홀로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역행함에 따라, 은행 예대금리차 축소는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실제 5대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 큰 폭으로 반등했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 '예대금리차 비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8월 평균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57%p로 집계돼 전달 0.43%p 대비 약 0.13%p 급등했다. 5곳 모두 전달 대비 격차가 크게 벌어졌는데, 최대 0.27%p 늘어난 곳도 있었다. 

예대금리차가 가장 큰 은행은 7월에 이어 농협은행이었다. 농협은행의 8월 예대금리차는 1.09%p로 전달 0.85%p 대비 약 0.24%p 확대됐다.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1%p를 넘겼다. 

이는 대출금리가 상승한 반면 수신금리가 하락한 까닭이다. 농협은행은 정부정책자금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 자금은 농협은행 수신자금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1~3개월 초단기 정기예금으로 예치돼 수신금리가 낮다보니, 타행대비 상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의 뒤를 이어 예대금리차가 큰 곳은 KB국민은행으로 0.71%p로 집계됐다. 전달 0.44%p에 견주면 약 0.27%p 급등했다. 비교군 5곳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세다. 이어 하나은행이 전달 대비 약 0.05%p 확대된 0.58%p, 신한은행이 0.04%p 불어난 0.24%p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은 0.15%p에서 0.08%p 확대된 0.23%p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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