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1일 전국에 반가운 가을비가 내려 땅을 적셨지만, 극심한 물 부족사태를 겪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목마름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보령댐 66.5㎜ 비…"해갈엔 턱없이 부족"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강수량은 경남 거제 83㎜, 전북 장수 78.8㎜, 전남 보성 64.5㎜, 경남 통영 64.8㎜ 등 전국에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최악의 가뭄지역인 충남에도 청양 68.0㎜를 비롯해 부여 59.5㎜, 공주 51.5㎜, 계룡 50.5㎜, 대전 48.2㎜, 세종 59.5㎜ 등을 뿌렸다.

사상 최저 저수율을 보인 충남 보령댐 인근 지역도 66.5㎜의 비가 내렸지만, 봄부터 지속된 사상 최악의 가뭄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기간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산발적으로 강수대가 분포돼 가뭄으로 말라 비틀어진 대지를 완전히 해갈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은 적셨지만…저수율 상승은 '글쎄'
메마른 대지를 적신 이번 비로 배추나 깨 등 밭작물을 수확하는 농민들은 한 시름 놨다.

가을 가뭄으로 생육에 지장을 받던 송이 성장에도 도움을 주게 됐다.

양양군은 이날부터 시작된 송이축제와 관련 "가뭄으로 송이 생산량이 감소 추세에 있었는데 이번 비로 큰 도움을 받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건조한 날씨와 가뭄으로 상태가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던 설악산 단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내린 비는 댐 저수율 상승을 이끌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이날 오후 2시 보령댐 저수율은 전날과 같은 22.5%다. 소양강댐 44.7%, 충주댐 41.3%, 횡성댐 29.5%, 용담댐 29.6%, 대청댐 37% 등 전국 주요 댐의 저수율도 전날과 큰 변동이 없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오늘 비로 보령댐에는 58만t, 대청댐에는 1천900만t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워낙 가뭄이 지속돼 댐 수위를 크게 상승시키기는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비가 하천 등을 통해 댐에 유입되는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강수량은 저수율 변동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저수지 상황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강수량은 평창 봉평39.5㎜, 정선 사북 38.5㎜, 화천 35.5㎜, 양구 34㎜, 춘천 28.4㎜이다.

그러나 도내 78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62.4%로 평년 저수율(82.6%)보다 20.2% 포인트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65.8%)보다도 3.4% 포인트 떨어졌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강·하천이 워낙 메말라 있어 이번 비로는 저수율이 크게 늘지 않고, 근본적인 가뭄해갈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양강댐의 현재 수위도 169.84m로, 예년 평균 182.9m에 크게 못 미친다.

■충남지역 제한급수 예정대로…생활용수 지원 마을 확산 우려

'먹는 물' 조차 부족해 제한급수를 하는 지역이 점차 늘고 있다. 조만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생활용수를 지원받아야 하는 지역은 더 늘어난다. 충남도는 1일 내린 비와 상관없이 예정대로 제한급수를 한다.

사상 첫 제한급수 조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은 이날 제한급수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보령댐은 도내 8개 시·군 48만 명의 주민에 하루 20만㎥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젖줄'이다. 이번 제한급수로 하루 5만555㎥ 가량 공급량을 줄일 계획이다.

도는 '생활 속 물 절약'도 당부했다.

이번 비가 그치면 충남 지역에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기약이 없어 물 절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전지방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11일까지 대전·충남에 비는 오지 않는다.

도 관계자는 "도민들은 부득이 제한급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물을 아껴써 달라"며 "목욕이나 설거지 세탁 등 물소비 패턴 개선만으로도 1인당 최대 47%의 물 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충북 도내 14개 산간마을과 경북 상주 등 일부 지역에도 식수원이 고갈돼 급수차 등을 이용한 생활용수를 공급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10여일만 더 비가 오지 않는다면 식수공급을 받는 마을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