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자금이동 예상…'ETF 라인업' 늘리기 나서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죠. 이번 제도 개편으로 금융권 전체적으로 통틀어서 물밑에서 엄청난 경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 관계자)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계좌 그대로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오는 31일 시행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자금유치 경쟁이 점입가경의 구도로 진입하고 있다. 대체로 증권사들이 이번 제도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손꼽히지만, 증권사들끼리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한 터라 누구도 안심하지 못한 채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계좌 그대로 퇴직연금 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오는 31일 시행된다./사진=김상문 기자


28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행된다. 지금까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사 계좌로 옮기기 위해서는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모두 팔고 현금화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번 퇴직연금 현물이전 서비스 시행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이전할 때 기존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됐다.

이번 서비스는 국내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머니무브 전쟁'의 서막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경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작년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보면 382조4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금액이 무려 198조원 규모로 거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뒤이어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계가 86조7000억원, 생명보험 78조4000억원, 손해보험 14조8000억원의 순서가 이어진다. 

그런데도 '수익률' 순위를 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퇴직연금의 금융권역별 수익률은 증권사가 7.1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은행의 수익률은 4.87%, 손해보험 4.63%, 생명보험 4.37%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머니무브는 은행과 증권사 간의 자금이 얼마나 이동할 것인가의 초점으로 서서히 수렴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거세게 치고 나가는 쪽이라면 은행들은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번 서비스에서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다. 은행권에서 거래 가능한 퇴직연금 ETF 개수는 약 100개~140개 정도인데, 증권사들이 600~700개의 ETF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금 가입자들로선 증권사들의 매력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ETF를 무기로 실시간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예금 상품을 현재 830개에서 890개로 확대했고, ETF는 68개에서 101개로 늘릴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실물이전 도입 전까지 55개의 펀드를 추가해 펀드 포트폴리오를 413개로 확대할 계획이며, ETF는 실물이전 제도 도입 전까지 46개를 추가해 총 177개의 ETF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연말까지 비슷한 방향성의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사들의 홍보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퇴직연금 실물이전 금액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전개한다. 신한은행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개설하고 타 금융회사 IRP 계좌 보유자산의 실물이전을 사전예약 신청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1만명 스타벅스 기프티콘 제공' 이벤트를 준비했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31일까지 확정기여(DC)형이나 IRP 계좌에 가입하고 100만원 이상 입금하는 고객들에게 56가지 전염성 질병에 대한 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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