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 베인캐피탈과 함께 공개매수로 11.26% 지분 확보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고려아연은 만족
영풍·MBK 이사회 장악 시도에 법적 조치로 압박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약 11%의 지분을 확보했다. 목표였던 20%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측의 의결권 과반을 막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확인한 만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표대결을 통한 이사회 장악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법적 조치 등을 통해 경영권 방어에 집중할 방침이다.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준모 기자


◆지분 차이 약 3%포인트…‘절반의 성공’

28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204만30주로 9.85%의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공동으로 매수에 참가해 29만1272주, 지분 1.41%를 취득했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을 합치면 233만1302주로 지분 11.26%에 해당한다. 고려아연의 계획은 베인캐피탈과 함께 자사주 공개매수로 총 20%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영풍·MBK 측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은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 지분 7%를 사들이고 의결권 과반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영풍·MBK 측은 5.34%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영풍·MBK 측과의 지분 차이도 크지 않아 앞으로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고려아연 측의 우호 지분은 이번 공개매수를 포함하면 35.4% 수준이다. 영풍·MBK 측이 38.47%를 확보하고 있어 2.93%포인트(p) 차이가 난다. 향후 벌어질 표대결에서도 고려아연이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도 있는 차이다. 

고려아연도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믿고 청약에 응해준 주주와 투자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신속하게 경영을 정상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영풍·MBK 이사회 장악 막기 위해 총력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가 나온 만큼 영풍·MBK 측은 이사회 장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측 인물 12명이 포함돼 있는데 영풍·MBK 측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1명뿐이다. 이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영풍·MBK 측 인물을 대거 포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영풍·MBK 측은 최소 12명의 이사를 추가로 선임해 장형진 고문과 함께 이사회를 장악할 방침이다. 업계 내에서는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이사 후보로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BK 측도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본격화하겠다”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주주분들께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하려고 하는지, 이사회 기능을 어떤 방법으로 회복시킬 것인지 상세히 알리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도 법적 조치를 통해 영풍·MBK 측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에 대해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증거자료와 함께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진행했다. 

검찰 고발도 검토 중이다. 향후 조사와 수사 등을 통해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에 법적 하자가 있다고 밝혀지면 무효 소송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과 사업 동반자, 주주 및 협력사들의 신뢰를 쌓아 우군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 측에서 임시주주총회를 한다고 하지만 첫 표대결에서 밀리게 되면 경영권 장악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신중하게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술 유출, 해외 매객 등의 우려로 인해 MBK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점도 영풍·MBK 측을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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