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V12'를 달성했다.

정규리그 1위 KIA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5로 뒤지던 경기를 뒤집어 7-5로 이기는 역전극을 펼쳤다.

이로써 KIA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삼성을 누르고 2017년 이후 7년 만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팀 타이틀을 갖고 있는 타이거즈는 12번째 우승컵(전신 해태 타이거즈 포함)을 수집했다.

'호랑이 군단'은 해태 시절 1983년 첫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1986·1987·1988·1989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등 9차례나 우승했다. KIA로 바뀐 후에도 2009년과 2017년, 그리고 2024년 3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놀랍게도 한국시리즈 승부에서는 상대 팀을 가리지 않고 12번 싸워 한 번도 지지 않고 모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삼성은 KIA 다음으로 많은 8차례 우승(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 포함)을 했지만 정상 문턱에서 멈추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이 일단 홈런포로 초반 리드도 잡고 KIA 선발 양현종도 마운드에서 일찍 끌어내리는 데는 성공했다. 1회초 2사 1루에서 르윈 디아즈가 양현종으로부터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김영웅이 백투백으로 우중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삼성은 1회부터 홈런 두 방으로 3점을 뽑아냈다.

KIA는 1회말 박찬호의 내야안타와 김선빈의 몸에 맞는 볼, 김도영의 내야 땅볼로 엮어진 1사 1, 3루에서 나성범의 좌익수 쪽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만회했다.

삼성이 3회초 2점을 추가해 5-1로 달아났는데, 이번에도 2사 1루에서 디아즈의 투런포가 연타석으로 터져나왔다. 디아즈는 양현종의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디아즈는 지난 15일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연타석 홈런을 날린 바 있다. 그리고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다시 연타석 홈런을 작렬시켰다. 역대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연타석 아치를 두 번이나 그린 선수는 디아즈가 KBO리그 최초다.

양현종이 3회도 못 마치고 홈런을 세 방이나 맞으며 5실점하자 KIA는 조기 강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김도현이 긴급 구원 등판했다.

김도현이 호투하며 삼성의 달궈진 타선을 가라앉혔다. 5회까지 2⅓이닝을 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 3개를 곁들여 깔끔한 무실점 피칭을 했다.

마운드가 안정되자 KIA 타선도 힘을 냈다. 3회말 김도영, 나성범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찬스에서 최형우가 우전 적시타를 쳐 2-5로 한 점 추격했다.

베테랑 최형우가 5회말에 또 한 건 해줬다. 선두타자로 나서 삼성 3번째 투수로 등판해 있던 김태훈을 우월 솔로포로 두들겼다. 최형우는 이 홈런으로 포스트 시즌 최고령 홈런(40세 10개월 12일)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김강민이 2022년 SSG 랜더스 소속으로 키움 히어로즈와 5차전에서 40세 1개월 25일의 나이에 터뜨린 홈런이었다.

최형우에게 홈런을 맞은 김태훈이 흔들리며 1사 후 김태군과 이창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고 김윤수로 교체됐다. 김윤수는 2아웃까지는 만들었지만 김선빈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로 몰렸고, 김도영에게도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이 때 폭투까지 범해 2루에 있던 주자 박찬호도 홈으로 쇄도해 KIA는 한꺼번에 2점을 뽑으면서 5-5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자 이제 기세는 KIA 쪽으로 넘어갔다. 6회말 소크라테스가 안타와 상대 폭투, 변우혁의 볼넷으로 잡은 1사 1, 3루 찬스에서 김태군이 유격수 쪽 깊숙한 내야안타로 3루주자 소크라테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드디어 KIA가 6-5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이 8회초 볼넷 2개와 사구로 2사 만루의 동점 내지 역전 기회를 맞았다. KIA는 마무리 정해영을 마지막 카드로 뽑았다. 정해영이 이재현을 유격수 플라이 처리하며 실점 없이 위기를 막아냈다.

고비를 넘긴 KIA는 8회말 이창진의 안타에 이어 박찬호가 좌중간 담장을 직접 때리는 큼지막한 적시 2루타로 쐐기점을 보탰다. 

2점 차로 여유가 생기자 정해영은 9회초를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간단히 틀어막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KIA 선수들과 홈팬들의 환호가 기아-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