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탑재 모든 배터리, 엄격한 품질관리 거쳐…파라시스도 동일
CATL·파라시스 배터리, 당분간 한국 판매 벤츠 전기차에 탑재 지속
벤츠 DNA 담은 셀 개발·산업화 목표…2020년대 후반 전고체 배터리 도입
[운터튀르크하임(독일)=김연지 기자]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인 우베 켈러 박사는 지난 8월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유감을 표하면서도 배터리 설계상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당분간 한국에 들어오는 벤츠 전기차에 파라시스, CATL 등 중국 배터리가 탑재되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켈러 박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운터튀르크하임의 벤츠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화재가 난 차량을 비롯해 벤츠의 배터리 설계나 셀 설계는 표준(스탠다드) 디자인에 기초한다"면서 "벤츠의 모든 배터리와 셀은 표준 설계와 엄격한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친다, (이번 화재가) 배터리 설계 자체의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모델 벤츠 EQE 차주 등은 벤츠 본사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이들은 파라시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 열폭주 위험이 큰 데도 벤츠가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설계나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왼쪽)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과 (오른쪽)우베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벤츠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이와 관련해 켈러 박사는 "분명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똑같이 EQE 차량 배터리 시스템에도 열폭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동일하게 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 화재 사고 원인이 '외부 충격'일 수도 있다는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세한 말씀 못 드리는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도 "벤츠는 모든 충돌 테스트를 진행을 하고 있고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 외부의 힘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켈러 박사는 "충돌 시험은 실제로 배터리에 몇 톤의 큰 힘을 가했을 때 차량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파트너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충돌 시험에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결국에는 차량 그리고 배터리에 대한 것은 벤츠가 책임을 져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자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에 '차량 하부 쪽 배터리 팩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했다. 또 '차량 밑면에 대한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팩 내부의 셀이 손상돼 절연 파괴되면서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인천 화재 차량에 적용된 파라시스 배터리가 모듈 간 간격이 좁고, 케이블 연결 부분도 열악한 모습이었다는 지적에 켈러 박사는 "어느 업체의 셀이든 여러 다양한 셀 모듈이 들어갈 수 있도록 벤츠가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한다. 배터리 팩 자체는 벤츠가 정의하고 설계한다"면서 "그 당시 제조 기준으로 봤을 때는 가장 최첨단의 기술이 적용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벤츠 파워트레인 구매·공급사 품질 총괄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는 "모든 배터리 공급사들은 동일한 품질 검사와 분석을 거친다"면서 "선정된 공급사들은 제품 검사, 공자 정기 방문 등이 진행된다. 예외는 없고, 몇 년 전에도 이와 동등한 높은 수준의 품질 기준이 적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라시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파라시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들보다 작지만 그들은 많이 발전했고, (벤츠는) 그들의 품질에 대해 끊임없이 점검해 왔다"며 "기본적으로 모든 공급업체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고 예외는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벤츠 전기차에 파라시스, CATL 등 중국 배터리가 계속 탑재되는지 묻는 질문에 브레크너 박사는 "상위 클래스 전기차인 EQS, EQE, EQS SUV, EQE SUV 같은 경우에는 EVA2(Electric Vehicle Platform 2)라고 하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데 EVA2 기반의 모델 배터리 셀 공급업체에는 CATL, 파라시스 모두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 (왼쪽)카르스텐 브레크너 파워트레인 구매 및 공급사 품질 총괄과 (오른쪽)우베 켈러 배터리 개발 총괄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벤츠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브레크너 박사는 "차세대 상위 클래스 차량과 관련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공급업체 선정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술 품질, 안전, 비용, 성능 등 전반적인 부분을 따져서 공급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배터리 개발 관련 목표도 밝혔다. 벤츠 DNA를 담은 자체 개발 셀을 만들어 산업화하는 것이 벤츠의 목표다. 켈러 박사는 "벤츠의 DNA를 가지고 있는, 벤츠만의 고유한 자체 개발 셀 DNA를 만들어 파트너들과 함께 양산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벤츠의 지식을 배터리셀 공급업체에 전수해 생산을 맡길 수도 있고, 합작사나 기존 회사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켈러 박사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 표준들을 만들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전고체 배터리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가 탄생하게 되면 셀 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위험 자체가 크게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배터리 시스템 자체에는 추가적인 조치가 덜 필요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셀뿐만 아니라 전체 프로덕트 자체를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켈러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로 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개발을 가속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관련 기술은 아직 초창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2020년대 후반 처음 도입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도입될 때는 전고체 배터리가 아닌 반고체(준고체) 형태로 도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